아버지가 아들을 상대로 1000억 원대의 주식을 돌려달라는 ‘주식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해 이목을 끈다. 원고 측 은 “아버지의 치매 상태를 이용해 아들이 주식을 가져갔다”며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반면 피고 측은 “아무 문제가없는 정상적인 증여였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등 법조계에 따르면 지역 중견기업의 창업주인 A 회장은 2017년 12월 자신이 보유한 최대 계열사 주식 28%(1000억 원 상당)를 아들인 B 대표에 모두 증여했으나 이듬해 4월 이에 대해 “준 적이 없다”며 반환 소송을 냈다. 주식 증여 직후인 지난해 1월 “주식을 즉시 원상태로 되돌려 놓길 바란다”고 여러 차례 지시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아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원은 원고의 특별대리인으로 A 회장의 딸을 지정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원고 측은 “치매로 인해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틈을 타 분할된 기업의 대표가 된 B 씨가 주식을 증여받았다”며 “증여 직후 A 회장은 정작 이 내용을 알지도 못했다. 오히려 ‘그게 무슨 말이냐’며 당혹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A 회장은 B 대표에 주식 원상회복을 지시했으나 오히려 일부 주식이 처분되자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이것이 인용됐다. 하지만 취소 소송을 제기한 지 2주 뒤 갑자기 소가 취하됐다. 그로부터 10여 일 뒤에 A 회장은 “누군가 문서를 위조해 (나 대신) 소송을 취하한 것”이라며 경찰에 사문서 위조자를 수사해달라고 고소하면서 소송은 속개됐다.
이를 두고 피고 측은 “주식 증여는 원고의 진정한 의사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증여 시점에 원고가 이를 결정할 판단 능력이 충분히 있었고, 자연스러운 의사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가 명확히 있는데도 특별대리인이 원고 상태를 이용해 억지를 쓴다”고 반박한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주식을 넘긴 시점의 A 회장 정신건강 상태가 이번 소송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진행된 변론에서도 치매 상태를 둘러싸고 양측 변호인단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원고 측은 A 회장의 치매 상태가 ‘중증’이라는 검사 결과를, 피고 측은 ‘경증’이라는 정반대의 의사 소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이날 공판에서 양측 변호인단은 “원고의 치매 상태를 검증한 서로 다른 대형병원의 전문의를 증인으로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1년 반가량을 끌어온 이번 소송은 다음 달 5일 공판을 이어간다.
한편 A 회장이 1970년대 창업한 이 중견기업은 주식 증여 전에 기업 분할이 완료됐다. 2017년 12월 최대 주주였던 A 회장이 1000억 원 상당의 최대 계열사 지분 전부를 아들 B 대표에게 증여했다는 내용의 ‘최대주주변경’ 공시가 이뤄졌다. 김미희 김영록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