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사무실 직원 47%
- 고용된 변호사 45%가
- “직장 내 괴롭힘 경험했다
- 가해자는 상사·대표변호사”
A법률사무소에 근무하는 사무직원 B 씨는 대표변호사에게 “양말과 속옷을 빨아라”는 지시를 받았다. B 씨는 사업주인 대표변호사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C법무법인에 고용된 D 변호사는 상사 변호사로부터 “내 휴가에 맞춰 휴가를 가라”는 어이없는 말을 들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부산 변호사업계의 갑질 백태가 자체 조사를 통해 드러나 충격을 준다. 부산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산하 노동인권소위원회가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등 직장 내에서의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갑질 문화 근절을 목표로 지난 9월 23일~10월 4일 시행한 이번 실태조사에는 변호사 22명과 사무직원 42명 등 64명이 참여했다. 표본(부산변호사회 소속 고용변호사 130여 명, 사무직원 수는 집계 안 됨)은 작지만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인데도 정작 법조계는 둔감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무직원 42명 중 절반에 가까운 20명(47.6%)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가해자는 변호사가 아닌 상급직원이 13명(65%), 대표변호사가 11명(55%)이었다. 최근 1년 내 겪은 괴롭힘 사례로 ‘인격을 모욕하고 소리를 질렀다’ ‘업무시간 외 행사에 참여하도록 강요했다’ ‘정치적 성향과 (상사가 지지하는 후보에) 투표를 강요했다’ 등을 들었다. 갑질을 당했다는 20명 중 과반(13명)은 ‘그냥 참았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대응 수단이 없어서’(11명)가 가장 많았다.
고용된 변호사 22명 중 10명(45.5%)도 ‘괴롭힘을 당했다’고 대답했다. 가해자는 고용주인 대표변호사가 8명이었고, 고용주가 아닌 선배 변호사는 2명이었다. 갑질 사례로 ‘업무상 출장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다음 날 근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하라고 했다’ ‘전화응대 업무에 훈계를 하겠다고 방으로 불러 두세 시간 동안 혼냈다’ ‘준비서면을 던지고 고함을 질렀다’ 등이 있었다.
부산변호사회 노동인권소위원장인 조애진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아서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고용된 변호사는 협회 차원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사무직원은 사각지대에 놓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직원은 ‘공공기관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42명 중 26명·61.9%)’고 응답했다. 대상 기관은 법원이 88.5%(중복응답 가능)로 가장 많았고, 검찰청(46.2%), 경찰서(11.5%)가 뒤를 이었다. 사례로는 ‘이유 없이 민원시간 지연’(14명)이 가장 많았고, ‘불필요한 서류·서식 요구’(10명) ‘폭언 폭행 인격모독 성희롱’(11명)이 있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