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장 부재로 결재 못 받았다며
- 나흘이나 지나서야 결과 발표
- 민감 내용 발표 시간 벌기 의혹
동아시아 최대 철새도래지 낙동강 하구. 면적만 37.71㎢에 이르러 국제적으로 중요한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하구를 찾는 철새가 갈수록 줄어든다. 하구 대표 종 쇠제비갈매기가 모습을 감춘 지 오래고, 큰고니 개체 수는 10년 전보다 반으로 줄었다. 예나 지금이나 보존과 개발의 목소리가 공존하는 이곳은 서부산권 개발 가속화로 교량 추가 건설 요구가 강하다. 8개에 불과한 낙동강 교량으로는 에코델타시티 등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한 이동량과 물동량을 감당하기 힘들다. 부산시는 2025년에는 하루 평균 교통량이 7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에 시는 대저대교(식만~사상) 건설을 추진하다 망신을 당했다. 거짓·부실 의혹이 불거진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가 환경단체의 반발을 산 것이다. 이에 환경영향평가 날조 진위를 가릴 낙동강유역환경청의 거짓·부실 검토전문위원회가 가동됐다. 위원회는 사안을 조속히 매듭짓고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낙동강유역청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은커녕 “청장 결재”를 운운하면서 지난 7일 위원회 회의 결과를 시민에게 발표하지 않았다. 신진수 낙동강유역청장이 부재 중이어서 결재를 받지 못했다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을 해명이라고 들고 나왔다. 위원회가 열린 지 나흘 뒤 지난 11일 청장이 복귀하면서 결과가 공개됐다. 환경단체는 물론 4000억 원 상당이 투입되는 대저대교 건설사업에 관심을 갖던 시민은 낙동강유역청장의 복귀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해외출장 중인 기관장도 시시각각 현안 보고가 가능한 시대에 낙동강유역청은 청사 내 청장의 존재 여부가 그토록 중요했는지 의문이다. 결국 낙동강유역청이 민감한 결과를 내놓기 전 시간을 벌기 위해 청장 부재 상황을 명분으로 삼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회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됐는지도 논란이다.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은 “낙동강유역청이 회의 과정·항목별 의결 방식에 관한 정보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다. 자료 검토 기간도 환경단체는 하루, 시는 일주일을 줘 시에 일방적으로 유리했다”고 힐난했다.
그 사이 대저대교의 연내 착공은 무산됐다. 예산과 시간 낭비는 물론 사회적 갈등에 따른 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자명하다. 낙동강유역청은 사태 해결의 주체를 자임한 이상 논란의 종지부를 찍겠다는 각오를 되새겨야 한다. 낙동강유역청은 행정조직이기 이전에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기관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1부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