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기장까지 습격
- 그동안 출몰 드물었던 동부산
- 올해 10월까지 신고 16건 접수
- 기존 서식지 벗어나는 멧돼지들
- 영도 등 ‘섬’만 안전지대 될수도
# 부산시 미흡한 원인 파악
- 시, 도심 출몰 잦아진 이유로
- 양산서 대거 넘어온 멧돼지 꼽아
- 전국적으로 개체수 증가 추세
- 시 주장 설득력 부족하다는 지적
# 무작정 포획 능사 아냐
- 서식지 머물게 할 묘책 세운 뒤
- 도심 진입 차단 개체 수 줄여야
부산시와 일선 구·군이 행정적 지역 구분에만 매몰돼 명확한 멧돼지 개체 수와 이동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이 백양산·금정산 주변에 머물던 멧돼지의 도심 출몰 반경이 해운대·기장 쪽으로 확대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역 전반에 서식하는 멧돼지 수가 급증하면서 장산 주위로도 새로운 도심 진입 루트가 개척되는 징조로 받아들여진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해운대 시내에서도 멧돼지가 시민을 위협하는 일이 흔할 수 있다. ‘멧돼지 루트’의 실체가 확인된 만큼 이제라도 적정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전지대, ‘섬’밖에 없다
10일 국제신문이 2016년 1월~2019년 10월 부산소방재난본부에 접수된 멧돼지 출현 신고를 전수 분석한 결과 멧돼지 출몰 반경은 올해 들어 해운대구·기장군 등 동부산으로 눈에 띄게 넓어졌다. 올해 1~10월 해운대구와 기장군에서 접수된 멧돼지 출현 신고는 모두 16건(기장군 12건, 해운대구 4건)이다. 해운대구에선 반송동 2건, 우·송정동 각 1건의 멧돼지 출현이 신고됐다. 2016~2018년 이들 동네에서 멧돼지를 봤다는 신고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기장군 기장읍에선 2016년 딱 한 번 멧돼지 출현 신고로 소방이 출동한 이후 2년간 출몰 소식이 없었다. 반면 올해는 10월까지만 이미 5차례나 신고가 접수됐다. 장안읍에서도 올해 10개월간 멧돼지 목격 사례가 4차례에 달한다. 앞선 3년간 장안읍에서 멧돼지가 출몰한 횟수인 4차례와 같은 수치다.
멧돼지가 도심에 가장 많이 출몰한 시각은 가을철을 기준으로 해가 떨어져 주변이 어두운 오후 6시~오전 7시였다. 분석 기간 소방에 접수된 신고 총 327건 가운데 251건(76.8%)이 이 시간대에 몰렸다. 가장 빈번하게 목격되는 달은 9~11월이다. 10월에는 가장 많은 98건이 신고됐다. 9월이 37건, 11월이 32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하면 최근 부산에서 속출한 멧돼지 출몰은 지난해 포획 활동이 부진해 개체 수 조절에 실패(국제신문 지난 4일 자 8면 보도)한 데다, 가을 들어 멧돼지끼리 먹이·번식 경쟁이 과열된 탓으로 풀이된다. 경쟁에서 밀린 멧돼지가 해운대·기장이라는 새 루트를 개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부산에서 멧돼지 ‘안전지대’는 섬인 영도구밖에 남지 않는다.
■설득력 부족한 시의 진단
시 역시 멧돼지가 도심에 대거 출몰하는 핵심적 원인으로 개체 수 급증을 꼽는다. 그러나 시는 부산에 멧돼지가 많아진 이유로 ‘경남 양산시 등에서 포획 활동이 늘어나 멧돼지가 부산으로 넘어오는 사례가 많다’는 추정을 내놓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의 추정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먼저 멧돼지 수가 늘어난 곳은 부산만이 아니다. 환경부 집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에서 포획된 멧돼지는 5만412마리다. 올해는 지난달 31일 기준 이미 이를 훌쩍 넘어선 6만597마리를 포획했다. 또 멧돼지가 ‘양산 → 부산’ 대신 ‘부산 → 양산’으로 이동하는 반대의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부산과 인접한 양산에서는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362마리를 잡았다. 부산에서는 같은 기간 229마리가 포획됐다. 시의 추정이 맞다면, 부산에 서식하던 멧돼지가 포획을 피해 양산으로 대거 달아났다는 반대 논리도 성립해야 한다.
현장에선 “2년 후면 부산지역 멧돼지가 지금의 5배로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장군 유해야생동물기획포획단 정재윤 씨는 “멧돼지 1마리가 보통 5마리의 새끼를 낳는 만큼 이대로 대책 없이 방치하면 엄청난 피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계획적 포획으론 한계
멧돼지가 출몰하는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차별 포획만으론 멧돼지의 도심 출몰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대 이우신 산림과학부 교수 등 연구진은 환경부에 제출한 ‘유해 야생멧돼지 관리방안 마련’ 용역 보고서에서 멧돼지가 도심에 나타나는 이유를 ‘길을 잃은 탓’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멧돼지의 도심 출현을 막는 방안으로 ▷2개 이상의 서식지를 연결하는 생태 통로 설치 ▷출몰 가능성이 큰 지역에 높이 1.5m 이상 펜스 설치를 들었다. 멧돼지의 도심 진입 루트를 정확히 확인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6년 충남연구원은 등산객 탐방로와 멧돼지 서식지 사이에 관목림 등을 심어 멧돼지를 격리한 뒤, 서식지에 먹이·휴식 공간을 제공해 그곳에 머물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두 연구진이 제시한 해법은 국제신문이 제시한 주요 출몰지 분석 결과와도 일치한다. 우선 멧돼지가 서식지에 머물게 해 도심 진입을 차단한 뒤, 개체 수를 줄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포획 외 다른 방안도 다양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록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