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 서열화·부모찬스 정황
- “학종도 서울에서 더 유리”
- 지역 학생·학부모들 분노

- 공교육 붕괴 우려하는 학교
- “학종 개선 방법 찾는게 우선”

교육부가 발표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 결과 고교 서열화 고착 현상과 이른바 ‘부모 찬스’ 정황이 확인되면서 학부모와 학생의 분노가 들끓는다. 그러나 이번 발표가 ‘정시 확대’를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 되면 교육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접한 학부모 사이에서는 객관성이 확실한 수능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5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특수목적고 학생의 학종 합격률이 일반고의 최대 2.9배에 달할 정도로 고교 유형별 서열화 현상이 고착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부 고교가 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없는 수상 실적 등을 학교 소개인 ‘고교 프로파일’을 이용해 편법으로 제공하고, 자기소개서나 추천서에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 기재금지 사항을 적은 경우도 적발됐다.

학부모 중심 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이번에 확인된 것처럼 학종은 어떤 고등학교에 갔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생기므로 고입부터 경쟁을 치열하게 만든다”며 “수시 학종 체제에서는 고교서열화, 등급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 그나마 공정한 수능을 중심으로 한 정시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1 자녀를 둔 부산의 학부모 정모(여·46) 씨는 “학종도 지방보다 서울이 유리하다는 게 드러났다. 지방에서는 아이에게 비교과 ‘스펙’을 만들어 주기도 만만치 않은데 그럴 바에야 같은 문제로 공정하게 경쟁하는 수능이 나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사는 학종 실태조사 결과가 정시 확대에 당위성을 부여할까 봐 우려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 조석현 정책실장은 “학종 도입 후 공교육 정상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읍·면 소재 고교생이 수능보다 학종으로 대학에 합격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도 확인됐다. 학종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지 정시를 확대하자고 결론 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력 30년인 부산 한 고교 교사는 “내가 겪어본 대입 제도 중에 학종이 가장 우수하다. 학생이 문제 풀이에 골몰하는 게 아니라 적성과 진로를 고민하게 했기 때문”이라며 “만일 정시를 확대하면 학생이 점수 따는 데만 목을 맬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은 교육부가 이미 학종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시 확대 명분으로 삼으려고 실태조사를 한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대학 사이에서는 정부가 정시 권고 비율을 30%에서 40%로 확대하거나, 정시 지원 횟수를 현행 3회에서 수시와 같은 6회로 확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 한 대학 입학처장은 “소위 ‘인서울’ 대학과 ‘지잡대’로 대학 급을 나누는 세태는 그대로 두고 입시제도를 손본다고 고교서열화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번에 교육부가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조사를 한 것 자체가 대학 줄 세우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정시를 확대하면 수시는 연습무대 삼아 상향지원했다가 실패하고, 정시도 떨어져서 재수하는 수험생이 속출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닥치면 서울 소재 대학에 지원자가 몰리고, 지역대학은 신입생 모집에 애를 먹는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