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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년이 뛴다 <6> 유튜브 도전하는 신중년

젊은 애들만 하란 법 있나…5060 유튜버 전성시대

  • 김진룡 기자
  •  |   입력 : 2019-10-16 19:21:48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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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유튜버 정춘희 씨

- 영상으로 설명하는 부동산 매물
- 인기 끌자 타지역서 손님 오기도
- “전업보다는 비즈니스 활용 추천”

# 새내기 북튜버 남명섭 씨

- 보수동에만 있는 귀한 책들
- 홍보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
- “책 장사꾼 아닌 책장이 되고파”

요즘 신중년(50세~69세) 세대가 푹 빠진 곳이 있다. 바로 유튜브다. 도시철도, 버스 등에서 5060세대가 유튜브 콘텐츠를 보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유튜브가 처음 국내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젊은 세대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신중년이 주된 이용자로 떠올랐다. 신중년 사이에서 유튜버가 인기를 끌자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5060세대가 등장하기도 한다. 2017년부터 유튜브를 시작해 1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박막례 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부산에서도 ‘제2의 박막례’를 꿈꾸는 신중년 유튜버가 있어 그들의 새로운 도전을 따라가 봤다.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이자 부동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정춘희 씨(왼쪽),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서점을 운영하면서 유튜브로 책을 소개하는 남명섭 씨. 김성효 김종진 기자
■“독하게 마음먹고 시작해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탓에 사업을 접으려다가 유튜브에 뛰어들었죠.” 부산 연제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만난 정춘희(여·54) 씨는 요즘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재미로 산다. 유튜브 채널인 ‘춘희아줌마TV’를 운영하는 그는 3년차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평생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그는 한때는 40~50명의 직원을 보유한 대형 부동산업체 대표였다. 그가 갑자기 유튜브를 주목한 것은 막을 내린 ‘전단 시대’ 때문이었다. 과거에는 부동산 전단을 돌리면 온종일 전화만 받다가 업무를 끝낼 정도로 바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전단을 돌려도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는 날이 늘었다.

   
정 씨는 “아무리 전단을 돌려도 사람들이 보지 않고 전화도 안 했다. 부동산 중개업체도 너무 많아져 사업을 접을까 고민했다”며 “그때 중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딸과 대화를 하다가 유튜브에 뛰어들게 됐다. 내가 알고 있는 부동산 정보를 영상으로 알려주면 덩달아 사업도 잘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튜브에 도전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동영상 편집 등을 맡을 직원 2명을 고용했다. 하지만 영상 1개를 올리면 고작 수백 명이 보는 수준이었다. 구독자가 많지 않은데 수익이 나올 리 만무했다. 인건비도 못 건졌다. 결국 직원을 다 내보내고 딸과 둘이서 콘텐츠를 제작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콘텐츠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게 중요한데, 소재가 마땅치 않았다. 할 말은 많은데 영상으로 만들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요즘은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여 소위 ‘터지는’ 콘텐츠도 나오기 시작했다. 영상 1개에 15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유튜브를 봐 부산 외 다른 지역의 부동산 손님도 늘었다. 지금까지 400여 개의 콘텐츠를 올린 그는 최근에는 자신이 중개하는 부동산을 직접 찾아가 영상을 찍어 구독자에게 보여주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유튜브 관련 교육도 준비 중이다.

그는 유튜브를 시작하려는 신중년에게 꼭 당부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초기에는 수익이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전업 유튜버를 하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직업을 갖고 있다면 유튜브를 어떻게 비즈니스에 활용할지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아무리 유튜브가 대세라고 하더라도 정말 독하게 마음먹고 시작해야 한다. 유튜브는 콘텐츠 기획부터 영상 촬영·편집 등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 만큼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튜브로 귀한 책 알리고파”

   
“귀한 책을 알리고 보수동 책방골목을 홍보하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충남서점’을 운영하는 남명섭(64) 씨는 새내기 ‘북튜버(북+유튜버)’다. 남 씨는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 직원의 권유로 유튜브를 배우기 시작했다. 보수동 책방골목에만 있는 좋은 책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남 씨는 이제 막 영상 촬영·편집, 유튜브에 영상 올리는 방법 등을 배웠고 현재 어떤 콘텐츠를 올릴지 기획 중이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유튜브를 시작한다는 게 쉽지 만은 않았다. 기억력이 문제였다. 뭘 배워도 자꾸 까먹었다. 유튜브 교육을 함께 받던 주변 서점 대표들과 복습을 거듭했다. 아직도 익숙하지는 않지만 영상을 찍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실제로 해보니 아주 어려운 건 없었다. 다만 장사와 영상 촬영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게 아직 잘 안 된다”며 “습관이 돼 몸에 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신중년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특히 그는 단순히 헌책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책 장사꾼’이 아니라 귀한 책을 알리는 ‘책장이’가 되고 싶었다. 보수동 책방골목에는 절판돼 일반 서점에서 구하기 힘든 책이 많은데 제대로 알리지 못해 안타까움을 느껴왔다. 이제는 유튜브를 통해 본격적인 책장이가 돼볼 생각이다.

남 씨는 “보수동 책방골목은 세상이 변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이곳에 오면 구하기 힘든 귀한 책을 살 수 있다”며 “이제 유튜브를 통해 이런 책을 널리 알리고, 나아가 보수동 책방골목도 널리 홍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심 있지만 포기도 많아

부산에서 유튜버를 양성하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2016년부터 크리에이터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신중년을 비롯한 다양한 연령대의 유튜버를 육성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총 1374명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서 유튜브 관련 강의를 들었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20대(524명·38%)로 집계됐다. 5060세대 교육생도 95명(7%)이나 됐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최근 들어 ‘알릴레오’ ‘홍카콜라’ 등 정치 관련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끌면서 유튜브가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신중년 세대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인식이 퍼졌다”면서 “자기 일을 홍보하고 싶거나 은퇴 후 취미생활로 삼는 등 유튜브를 시작하는 이유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중년이 젊은 세대보다 유튜브 채널을 유지하기에 힘든 부분도 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서 교육받은 95명의 신중년 중 현재 유튜버로 활동하는 사람은 1명 밖에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진흥원 관계자는 “신중년 대부분은 처음 교육을 받을 때 촬영이나 편집을 누가 해주는 것으로 여기고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교육을 받아보면 처음 생각과 달리 촬영과 편집 등을 혼자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곧바로 수익이 날 것처럼 기대하는 분도 많은데, 이런 생각으로 접근하면 빨리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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