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사고 모의 사상구청장처럼
- 유권자 알 권리 침해 우려
- 내년 총선 전 대책 마련 목소리

공직선거에서 상대 후보보다 인지도가 높거나 당선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여당 후보를 중심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공식 토론회에 불참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회를 회피하려고 고의 교통사고를 모의한 김대근 부산 사상구청장의 사례(국제신문 지난달 11일 자 8면 등 보도) 같은 극단적 상황을 막으려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제신문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직전 총선(2016년 4월 13일) 출마 후보의 토론회 참석 여부를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전국에서 15명의 후보가 선관위 주관 토론회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참자 가운데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후보가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야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 2명,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1명의 후보가 불참했다. 무소속 후보 중 불참자는 2명이었다.

불참자들이 선관위에 제출한 사유는 ▷선거운동 일정 ▷(상대 후보에 의한) 비방·인신 공격 개연성 ▷건강상 이유 등으로 다양했다. 선관위는 이들 중 12명은 토론회 불참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과태료 400만 원을 부과했다.

부산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중영도), 김척수(사하갑) 후보가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장제원(사상) 후보도 불참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3명 중 김척수 후보를 제외한 2명은 당선됐다. 한국당 부산시당은 당시 일부 후보가 상대 후보의 공격을 받아 불리한 구도가 형성될 것을 우려해 토론회에 불참했다고 해명했다.

한국당 시당 관계자는 “당시 상대 후보의 파상공세가 불을 보듯 뻔했다. 내년 총선에서는 후보가 적극적으로 토론회에 참석하도록 권고하겠다”며 “구체적인 권고 방법은 후보가 정해진 뒤에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총선에서도 후보가 선거 판세를 따져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토론회에 불참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유권자의 알 권리는 또다시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 선관위는 이 같은 사태를 예방하려고 지난해 토론회 불참에 따른 과태료를 기존 4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태료 부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한다.

부경대 차재권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토론회에 불참한 후보에게 향후 정당 공천 과정에서 벌점을 주거나, 유권자에게 발송되는 선거공보에 후보별 불참 횟수와 사유를 명시하는 등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선관위는 (토론회에 불참한 후보를) 유권자가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토론회 불참자를 최대한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

◇ 2016년 총선 당시 선관위 토론회 불참 부산·경남 후보자 명단 이름 (정당) 지역구 불참 사유 당선 여부 김무성(새누리) 부산 중구·영도구 당내 직책 특수성 당선 김척수(새누리) 부산 사하구갑 선거운동 일정 낙선 김한표(새누리) 경남 거제시 일부 참석 반쪽 토론회 당선 장제원(무소속) 부산 사상구 선거운동 일정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