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울산 시목(市木)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주민의 사랑을 받아 가로수로도 널리 활용된 은행나무가 지금은 악취를 풍겨 민원을 유발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8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현재 시내 전체 가로수 16만여 그루 중 17%가 은행나무다. 중구나 남구 등 도심에 심은 가로수는 70%가 은행나무다. 은행나무는 공해에 강하고 미세먼지 등 대기 중 공해물질을 흡수해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열매를 식용, 약재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시는 은행나무를 대표 가로수목으로 채택해 곳곳에 심었고, 시목으로도 지정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은행나무는 민원을 유발하는 애물단지로 취급받는다. 가을만 되면 암나무에 열리는 열매에서 심한 악취가 풍기기 때문이다. 은행 열매는 껍질에 포함된 헵탄산의 산화작용으로 인해 수확시기가 되면 암모니아 냄새와 비슷한 악취를 심하게 풍긴다. 또 바닥에 떨어진 열매가 밟히게 되면 인도가 지저분해져 미관에도 좋지 않다.

이에 시는 은행열매 따기 행사를 매년 실시한다.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사업까지 벌이고 있다. 하지만 즉각적인 해결책은 못 돼 민원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전체 은행나무 가로수 가운데 암나무가 4200그루나 될 정도로 적지 않아 많은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가 한꺼번에 교체를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은행나무는 열매 때문에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급기야 2014년 시목에서도 퇴출돼 그 자리를 대나무에게 내주는 수모까지 당했다. 시 녹지과 관계자는 “10여 년 전만 해도 은행열매를 식용으로 몰래 털어가는 사람이 많아 지킴이를 배치하고 심지어 처벌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선호도가 급감한 데다 중금속 오염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외면받는 지경이 됐다”고 말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