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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빠졌다” “예뻐졌다” 칭찬도 아이들 그릇된 다이어트 부추겨요

청소년 ‘섭식장애’ 대처 방법

  • 국제신문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19-09-16 18:46:43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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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학생 사이에 외모는 빼놓을 수 없는 대화 주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스스로 평가하고 실망하며 다른 친구에게도 이런 행동들을 반복한다. 성장기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중 일부는 마르고 싶어 아예 식사를 하지 않거나 극도로 적게 먹는 섭식장애를 겪기도 한다. 청소년기의 섭식장애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인제대 섭식장애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알아봤다.

- 살과 관련된 얘기에 민감한 시기
- 호의 갖고 무심코 건넨 말에도
- 마른 몸 집착 무리한 살빼기 시도
- 신체 관련 언급은 아예 말아야

- 학교서 올바른 식습관 형성 독려
- 15세 이전 예방 교육 땐 효과 커
- 부모도 주의깊게 자녀 변화 관찰
- 조기 발견해 치유하면 완치 가능

■몸과 외모에 대한 언급 안하는 게 우선

외모나 신체에 대한 이야기를 팻 토크(Fat Talk)라고 부른다. 서로 안부를 묻거나 가볍게 사회적인 대화를 할 때 흔히 쓰이는 주제다. “너 살이 좀 찐 것 같다. 3㎏만 줄이면 정말 멋있을 거야” “넌 허벅지가 굵어서 그런 옷을 입기는 좀 안 어울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종아리가 가늘 수 있어? 너무 부럽다”. 우라나라에선 흔히 쓰는 말이지만 선진국에선 상대의 인종을 언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의 없고 교양 없는 대화의 주제로 여기고 있다.

문제는 섭식장애의 위험성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때다. 상대가 이런 상태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너 요새 좋은 일 있어? 얼굴에 살도 좀 오르고 되게 보기 좋아”라는 칭찬을 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사람은 얼굴이 보기 좋다는 말에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고 ‘살도 오르고’에 집중한다. 그러면서 내가 그렇게 살이 쪘는지, 당장 굶어서 빼야겠다, 먹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인제대 섭식장애연구소 김율리 교수는 “신체에 대한 언급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상대에게 체중이 늘었다고 말하는 것 외에도 ‘날씬해서 부럽다’며 칭찬의 의도로 한 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섭식장애 위험군이라면 살이 쪘다는 말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살이 빠졌다는 언급에도 집중한다”면서 “체중이 줄어보이는 지금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굶는 것을 지속하거나 앞으로 더 심각하게 섭식장애 행동을 시도하게 하는 방아쇠”라고 지적했다.

■먹고 토하거나 음식 씹었다가 뱉기

학생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다이어트 방법 중 하나는 아예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 절식이다. 하지만 이를 이어나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차선으로 선택하는 것이 음식물을 먹고 싶은 만큼 먹었다가 바로 손가락을 넣어 토하거나 음식을 입 속에 넣어 머무르게만 하고 삼키지 않는 방법이다. 아이들은 이를 ‘먹토’ ‘씹뱉’으로 줄여 말하며 아주 간단하고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지만 이 자체로도 섭식장애의 문제 행동 중 하나다.

사람이 음식물을 입에 넣으면 뇌가 소화기관에 명령을 내린다. 음식이 체내에 들어왔으므로 소화를 준비하라는 메시지다. 그러면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해 소화기관이 활발히 움직이고 관련 호르몬도 자극한다. 그렇게 위 까지 음식물이 들어가면 몸은 소화를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그런데 억지로 위 속의 음식물을 토해내면 신체는 혼란에 빠진다. 방금 전까지 음식물이 가득했으므로 섭취한 영양소에 따른 소화효소를 분비하거나 위의 연동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갑자기 위가 비어버리니 몸은 이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씹고 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음식물을 씹는 행위 자체가 체내에 음식물이 들어가기 위한 준비이므로 이미 신체의 여러 부위는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삼키지 않고 뱉어 버리게 되니 몸은 소화를 위한 준비만 하다가 그만두게 된다.

제일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신체의 여러 신호가 교란되는 것이다. 그러면 나중에 진짜 음식물을 섭취했는데도 위는 소화를 위해 연동운동을 하지 않고 소화효소도 분비되지 않는다. 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려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김 교수는 “먹토나 씹뱉은 몸을 망가뜨리는 일이고 반복하면 음식에 대한 갈망만 커져서 다음 번 폭식을 약속하는 일이 된다. 뇌가 음식을 갈망하는 상태로 만들어 식욕중추와 포만중추가 둔감해져 체중감량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학교 보건에서 아이들이 접할 수 있는 섭식장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아주 부족하다. 섭식장애 환자군은 15~29세의 청소년과 젊은 여성들이 대다수이므로 중학교 때 학교에서 예방교육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섭식장애는 다른 정신질환과는 차이점이 조기에 발견해 개입하면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섭식장애가 무엇인지 위험성을 알리고 예방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 섭식장애에 대한 교육과 예방이 가능한 연령은 15세 이전이 가장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중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섭식장애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이에 대한 세심한 관심으로 발견, 치료가능

섭식장애는 스스로 드러내기를 아주 꺼려하기 때문에 상태가 악화될 때까지 주위에서 눈치채기가 어렵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 깊게 살핀다면 자녀의 벼화를 알아챌 수 있다. 만약 자녀가 함께 식사하기를 꺼리고 최근 체중이 자꾸 줄어드는 것 같다면 좀더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쌀밥이나 고기를 피하고 야채나 과일만 먹으며 먼 거리를 무리해서 걸어다니거나 냉장고의 음식이 자꾸 사라지고 자녀 방에서 과자나 음식봉지가 발견된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만약 자녀의 섭식장애를 발견하게 되면 초기 반응이 중요하다. “엄마는 ㅇㅇ이가 요즘 자꾸 마르고 제대로 식사를 하지 않는 것 같아서 걱정이구나” 정도로 자녀의 안전과 건강에 대해 부모가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함께 신경정신과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김 교수는 “섭식장애 환자들에게 먹는다는 행위는 두려움과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평범하게 배가 고프니까 먹거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식단을 섭취하는 것과는 전혀 연결할 수 없는 일로 정신과 불안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성장기 청소년이 섭식장애를 겪으면 성인에 비해 체내에 비축된 영양이 적기 때문에 신체적 합병증까지 얻는 위험성이 커진다. 탈모가 생기며 몸에 솜털이 많이 나고 반복적인 구토는 치아 부식을 초래하고 침샘이 부어 얼굴이 푸석하고 부어보인다. 여학생이라면 무월경이 첫 신호이고 전반적인 뇌의 실질이 감소해 집중력이 저하된다. 골밀도가 낮아져 어린 나이에도 골다공증이 생겨 골절이 일어나고 부정맥도 유발해 급사의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김 교수는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섭식장애는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섭식장애가 심각한 문제라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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