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행 부담 느껴 ‘급체’로 변경
- 병원 진단서 내고 토론회 불참
- 당시 재선 송숙희 후보자 비해
- 토론회 수세 몰릴까 걱정한 듯
- 김 “의도적 녹음” 모의 의혹 부인
김대근(사진) 부산 사상구청장이 지난해 6·13지방선거 기간 후보자 토론회를 피하려고 ‘고의 교통사고’를 모의한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인다. 영화에 나올 법한 일이 실제로 논의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10일 국제신문이 입수한 약 12분 분량의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김 구청장은 자유한국당 송숙희 사상구청장 후보와의 토론회를 하루 앞둔 지난해 6월 3일, 회식 자리에서 잠시 빠져나와 회계책임자 A 씨 등과 고의 교통사고를 상세히 모의했다.
김 구청장 등은 고의 교통사고를 많은 사람이 목격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를 신중히 정했다. 그 결과 출근 인파가 몰리는 오전 8시~8시30분에 사상구 주례동 보훈병원 앞 도로에서 사고를 일으키기로 했다.
시간과 장소를 확정한 뒤 어떻게 사고를 일으킬지 논의했다. 이들은 김 구청장이 유세차량에 탑승해 선거운동을 할 때 승용차를 이용해 유세차량을 뒤에서 들이받기로 했다. 하지만 유세차량이 주행 중일 때 추돌하면 김 구청장을 비롯 탑승자가 크게 다칠 수 있다고 보고 신호 대기 중일 때 들이받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김 구청장은 사고 직후 차량 안에서 쓰러진 뒤 어지러움 등을 호소하며 곧바로 보훈병원으로 이송될 계획이었다. 병원을 정하는 과정에서 회계책임자 A 씨는 “좋은삼선병원도 있지만, 한국당 장제원 국회의원의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세심함도 보였다.
병원에 이송된 후 김 구청장은 계속해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허리디스크 수술 전력을 의료진에게 언급해 MRI, CT 등 종합검진을 받아 후보자 토론회에서 빠지고자 했다. 다만 이들은 유세차량을 추돌해줄 믿을 만한 이를 고르는 데 고심을 거듭했다. 애초 선거 캠프 후원회장을 맡은 B 씨를 택하려 했지만, 외부에 비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김 구청장의 가장 친한 친구인 C 씨를 적임자로 정했다. 모든 계획을 확정하자 김 구청장은 “그래 합시다”며 최종 승인했다.
김 구청장이 승인하자 A 씨는 곧바로 C 씨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사람 명의의 차를 빌려 다음 날(6월 4일) 자신이 전화로 신호를 보내면 유세차량을 들이받으라고 주문했다. 이때 “약속을 꼭 지켜줘야 한다”며 보안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계획은 고의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데 부담을 느낀 김 구청장이 같은 날 늦은 밤 결심을 바꾸면서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그 대신 토론회에 불참하기 위해 ‘급체’로 병원 진단서를 받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택했다. 하지만 김 구청장은 수사기관 등에 진단서는 허위가 아니라 실제로 아팠다고 항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구청장이 고의 교통사고까지 일으켜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건 경쟁자였던 송 후보가 재선 구청장을 지내 사상구 현안에 정통한 만큼, 토론에서 수세에 몰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녹음 파일에서 A 씨가 토론회를 앞두고 “위기”라고 반복해 말한 것으로 미뤄 김 구청장과 당시 선거캠프 관계자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캠프에서 일한 관계자 역시 “토론회를 앞두고 송 후보가 김 구청장에 대해 자신감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김 구청장과 캠프는 위기를 모면하고자 고의 교통사고 등 회피 방안을 마련했다”고 털어놨다.
김 구청장은 고의 교통사고 모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제보자가 의도적으로 녹음한 것이다. 수사기관에서 다 얘기했고,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언론에 상세히 말하기 어렵다. 향후 검찰과 법원 재판 과정에서 소명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해명했다. 임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