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철거 대비 철조망 두르기도
- 조합 측 “과한 보상 요구” 맞서
- 입장차 커 사상구 중재에 소극적
부산 사상구의 한 재개발 구역에서 세입자와 재개발 조합이 갈등을 빚으면서 세입자 측이 급기야 건물 옥상에 ‘망루’를 설치해 조합과 대치하고 있다. 양측 모두 지자체의 적극적인 중재를 바라지만, 사상구는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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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사상구 덕포동 재개발 구역 내 한 건물 옥상에 설치된 망루의 모습. |
4일 사상구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덕포동 2-1 재개발 구역 내에 있는 한 건물에 망루가 설치됐다. 3층 건물 옥상에 4~5m 높이로 설치된 망루에는 기존 상가·주택 세입자 9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강제 철거에 대비해 망루 주변에 철조망을 겹겹이 두르기도 했다. 2009년 서울 용산4 재개발 구역에서 재개발에 반대하는 철거민이 건물에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을 벌인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망루를 세운 상가 세입자 대책위는 재개발 조합에 실효성 있는 이주 대책을 요구한다. 대책위 신대식 총무는 “이곳은 수십 년간 장사한 삶의 터전이다. 재개발 조합이 제시하는 보상 금액은 인근 시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제대로 된 이주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망루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상구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반면 재개발 조합은 대책위가 터무니없는 보상을 요구한다고 맞선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영업권 등에 대한 감정 평가를 거쳤으나 세입자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보상 평가를 다시 했다. 법에 따라 공탁을 걸었으나 세입자들은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사상구가 하루라도 빨리 불법 건축물 철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사상구는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크고, 오랜 시간 갈등을 빚어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면서 “중재를 시도하고 있지만 구로서는 강제 조정 권한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적 테두리 내에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구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산대 서정렬(부동산학과) 교수는 “갈등 해소를 위해 세입자와 조합 사이의 합의점을 찾는 게 급선무다. 재개발 후 상가를 재임차하거나 임대료 상승률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지자체가 조정 권한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갈등이 발생하면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재개발 구역에서는 지난 7월 말 법원의 강제집행 과정에서 집행관과 세입자 사이에 충돌이 벌어져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A 씨가 경찰에 인분을 뿌려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