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동삼혁신지구에 부두 신설이 추진되면서 이곳 유일한 공원녹지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대규모 녹지가 도로로 바뀌면 동삼혁신지구는 공원 하나 없는 ‘삭막한 도시’로 전락하게 돼 대체 녹지 마련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영도구 동삼혁신지구 내 아미르공원 전경. 배지열 기자

부산해양수산청과 영도구는 ‘전국 항만 기본계획 수립 용역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이 용역은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6월부터 내년 12월까지 30개월간 진행하는 것으로, 동삼혁신지구 내 해양박물관 뒤편 바다와 맞닿은 440ｍ 구간에 크루즈선·연구조사선 부두를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수부와 부산해수청 등은 국내 첫 쇄빙선 ‘아라온호’에 이어 추진 중인 제2 쇄빙선의 모항을 동삼혁신지구 신설 부두로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번 용역에는 동삼혁신지구 내 유일한 녹지인 ‘아미르공원’을 부두 진입 도로로 활용하는 방안이 들어 있다. 해양박물관 앞 회차 지점부터 부두까지 도로를 개설하거나, 동삼혁신지구 중심 도로인 해양로를 공원을 관통해 부두로 연결하는 두 가지 방안이 검토된다. 어떤 형태로 도로를 만들든지 아미르공원 중앙을 도로로 변경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다 부두로 오가는 대형 화물차량으로 인해 기존 공원이 소음·분진 발생지로 뒤바뀔 우려도 커 주민은 반대하고 나섰다. 정창재 동삼혁신지구발전대책위원장은 “넓은 공원을 애써 만들어 놓고 결국 도로로 쓰게 된 꼴이다”며 “부두를 짓더라도 공원을 절대 손대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주민 김순희(여·63) 씨는 “저녁이면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라 주민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동삼혁신지구에 하나뿐인 공원인데 없앤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영도구는 “녹지를 최대한 보존할 방법을 고민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도구는 해수부가 아미르공원에 도로를 개설하기로 결정하면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 관련 행정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영도구 관계자는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방안대로 도로가 개설되면 동삼혁신지구에 녹지가 없어지는 건 사실이다. TF 회의에서 ‘공원에 도로를 만들려면 대체 녹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산해수청 관계자는 “지역 주민과 지자체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해수부에 전달하겠다. 이번 용역은 영도구뿐 아니라 전국 단위로 진행되는 것이어서 세부 계획이 세워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동삼혁신지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아미르공원은 35억 원을 들여 2013년 9월 완공됐다. 전체 면적 2만9000㎡(길이 600ｍ, 폭 38ｍ) 규모에 잔디광장 산책로 공연장 등이 설치돼 동삼혁신지구 내 랜드마크이자 주민·직원을 위한 친수 공간으로 활용된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