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내놓은 학교폭력예방 대책이 학교 현장의 업무를 경감하거나 교육적 해결을 지원하는 대신 학교폭력 대책 과정에서 옥상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인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등 8개 법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중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학교자체해결제도와 학교별로 내년 3월부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던 것을 지원청으로 이관하는 것을 두고 현장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크다.

학교자체해결제도가 도입되면 소위 경미한 사안에 대해 학교장이 자체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학교자체해결제도가 성립하려면 피해학생 및 보호자가 자치위(내년 3월부터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를 원치 않으며 ▷2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는 경우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된 경우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 진술, 자료제공 등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 이어야 한다. 또 내년 3월 부터는 전담기구 및 심의위에 학부모 3분의 1 이상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학부모 구성의 선정 기준은 아직 없고 교육부는 오는 11, 12월 중에 시행령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학교폭력담당 B장학사는 “학교자체해결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위의 조건을 다 충족하는 경우도 어렵고 처벌이 학교봉사인 3호와 사회봉사인 4호를 놓고 결정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학교폭력 가해자가 3호 학교봉사까지의 처벌을 받으면 생활기록부에 기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3월 부터는 각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기존에 학교별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이행하던 업무를 이관한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처리과정의 전문성을 높이고 학교 현장의 업무를 줄여주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이 결정을 놓고 관련 업무 담당자들은 걱정의 목소리가 더 높다.

A교감은 “지난해 1년 동안 부산지역의 학교폭력이 2600여 건 있었다. 이를 지역 내 5개 지원청에서 다 담당하려면 지원청 별로 500건 남짓 담당해야 하는데 1년 근무일이 210~220일 정도임을 감안하면 매일 2~3건씩을 진행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학교자체에서 해결하기 까다롭거나 애매하다고 생각되면 지원청으로 이관하게 되므로 결국 학폭위를 두 번 여는 셈이다. 게다가 이 업무를 하려면 지원청에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전담 인력이 필요하고 이들이 상주할 사무실과 회의장, 피해자와 가해자 대기소가 있어야 해 교실 반 칸씩이라도 4곳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원청은 이런 여유 공간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인력도 따로 필요하다.

A교감은 “현장에서 교사들이 학교폭력과 관련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초기 조사다. 피해와 가해 사실여부 확인 등이 특히 까다로운데 정작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은 없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활한 자체해결을 위해 학교가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피해자는 사실 은폐나 축소, 가해자 보호 등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아주 섬세한 조율이 필요하다”며 자체해결제도 자체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내비쳤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