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공세까지… 재고 30배↑
- 어민, 군납 품목 지정 등 촉구

일본의 대한국 무역 보복으로 바다장어(붕장어)를 잡는 남해안 장어통발업계가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일본 수출에 크게 의존했던 업계는 수출길이 막히자 붕장어를 군에 납품할 수 있게 지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한다.

11일 경남 통영 근해통발수협에 따르면 최근 한일 갈등에 따라 일본 측의 수산물 검역이 강화되면서 붕장어 수출길이 막혔다. 중국산 붕장어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고, 국내 소비시장이 위축돼 어려움을 겪던 중에 대형 악재가 겹친 것이다.

장어통발업계 최대 집하장(전국 62건 허가 중 경남 58건)은 통영으로 그동안 생산량의 60% 이상을 일본에 수출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일본 수입상들이 ㎏당 1만4000원이던 수입 단가를 1만2000원 수준으로 대폭 낮춰 거래하는 탓에 국내산 붕장어의 재고 물량이 적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검역까지 강화되면서 사실상 수출길이 막혔다.

적정가격이 형성되지 않으면서 지난달까지 수협을 통한 올해 붕장어 위판량은 289ｔ에 그쳤다. 반면 수협이 가격 조정 목적으로 사들인 붕장어 양(매취량)은 350ｔ에 이른다. 매취량이 위판량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유통 판로를 찾지 못해 수협이 보관 중인 붕장어 냉동품(가공품)은 지난달 기준 367ｔ으로 54억2000만 원 상당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억9000만 원 상당인 12ｔ에 불과했다. 일년 만에 재고가 무려 3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곧 붕장어 주 생산시기(9~11월)이 다가오는데, 이런 상황 때문에 업계는 들뜨기는 커녕 연쇄 도산 우려까지 하는 형편이다. 가뜩이나 수요가 없는데 주 생산시기를 맞아 어획 물량까지 늘어나면 결국 붕장어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고, 조업해봐야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이에 따라 수협은 업계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붕장어를 군납 품목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붕장어 판로를 개척하고 60만 군 장병에게 제공하는 급식의 질도 높이자는 취지다. 수협은 또 일본 이외 수출 시장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근해통발수협 관계자는 “일본 수출길이 막힌 상황에서 내달 출어가 시작되면 붕장어 가격 폭락이 우려된다”며 “군납 지정과 경영 안정화 자금 지원 등 대책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