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정사, 개발수요 높은데도
- 소유 땅 “녹지로 남길 것” 결정
부산 해운대구 장지공원이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 이후에도 도시공원으로 남는다. 토지 소유주인 해운정사와 부산시가 장지공원을 도시공원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시는 6일 해운정사와 장지공원 도시공원 유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고 5일 밝혔다. 장지공원의 면적은 6만930㎡로, 이중 해운정사(선학원)가 소유한 땅은 2만9600㎡(48.5%)이다. 해당 부지는 53억6000만 원 상당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정사는 소유한 땅을 도시공원으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2017년 처음으로 시에 전달했다. 이후 약 2년 동안의 논의를 거듭한 끝에 장지공원은 도시공원으로 남게 됐다.
장지공원은 개발업자가 눈독을 들이는 땅이다. 해운대해수욕장과 도시철도역이 가깝고, 인근에서 진행 중인 우3재개발 구역과 연계한 개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해운정사 측에 땅을 팔라는 제안도 여러 차례 접수됐다. 하지만 해운정사는 장지공원을 녹지로 남긴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대한불교 조계종을 이끄는 진제 종정의 뜻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진제 종정은 “도시에 녹지가 사라지면 사람이 사는 환경이 삭막해지기 마련”이라며 “후세를 위해 녹지를 남기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토지 소유주의 의지에 따라 녹지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지자체 예산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고, 소유주와의 마찰 없이 도시공원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에 대비해 도시공원 사유지 매입 비용으로 4000억 원가량을 책정한 상태다. 하지만 부산지역 도심공원의 사유지를 매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이에 따라 환경단체 등은 정부의 재정지원이나 국회 입법 등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는 앞으로 장지공원 내 학교 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땅(약 1만3900㎡)을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토집 매입비 17억 원을 신청할 예정이다. 장지공원 내 국유지 면적은 73㎡가량으로, 시의 계획대로 토지 매입이 이뤄지면 장지공원 전체 면적의 72%가량이 도시공원으로 유지되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해운정사의 통 큰 결정 덕에 해운대 도심지의 녹지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