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세 이상 주민에 3년 단위로
- 130만 원 상당 건강검진 시행

부산 기장군 장안읍 주민과 한국수력원자력,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원전 관련 기금을 활용해 ‘상생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한수원은 원전 주변 주민의 피해를 보상하고, 주민은 건강을 챙기고, 병원은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석삼조’ 효과가 기대된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최근 주민단체인 장안발전위원회와 이 같은 내용의 협약을 맺기 위해 논의를 시작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현재 한수원 기금으로 기장군 60세 이상 주민에게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40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의학원과 장안발전위원회는 이를 위해 100억 원가량 기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장안발전위원회는 한수원과 협의 중인 원전 보상금으로 이 돈을 마련해 의학원에 투자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운전 이후 지금까지 각종 불편을 감수한 원전 주변 주민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따른 보상과도 연계돼 있다.

주민이 100억 원을 의학원에 투자하면, 의학원은 이 기금의 이자(4억 원)에다 매년 6억5000만 원가량을 보태 40세 이상이면서 5년 이상 거주한 주민 800명에게 130만 원 상당 건강검진을 시행할 수 있다. 그러면 3년 단위로 장안읍 40세 이상 전체 주민에게 건강검진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의학원과 장안발전위원회는 예상한다.

의학원과 장안발전위원회는 주민이 투자한 기금을 병원 측이 20년 뒤 상환하고, 필요하면 계약을 갱신해 계속 유지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 한수원과 장안발전위원회는 보상금 규모와 지급 방식에 관해 협의 중이다. 구체적인 예산 규모가 확정되면 의학원과 한수원, 장안발전위원회 삼자가 협약을 체결한다. 특히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의학원은 공공의료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의학원은 최근 의료 인력이 대거 빠져나간 상황에서 주민 투자금을 활용해 만성질환·내과 분야 의료진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의학원은 주민 투자가 이뤄지면 병상 수를 늘려 지역 공공의료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도 상징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의학원 관계자는 “주민에게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려면 현재 300병상을 500병상 정도로 늘려야 한다”며 “주민이 기금을 투자하는 건 공공의료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앞으로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공공의료 관련 예산을 받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현 장안발전위원장은 “건강검진 확대는 원전 탓에 수십 년간 희생해온 주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원 측은 “필요성과 취지에 공감한다. 사업 내용에 관해 주민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