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활용돼
- 사무장·사채업자 등 7명 기소

법무사 업계가 불황에 빠지자 범죄조직과 손잡고 수십 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해준 법무사와 사무장, 사채업자가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대포통장 유통조직의 ‘단골’로 통하며 1년여 동안 무려 89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대포통장 개설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강력부(류국량 부장검사)는 상법상 가장납입죄, 형법상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행사죄 혐의로 법무사 사무장 A(45) 씨를 구속기소하고, 법무사와 사채업자 등 6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A 씨는 2017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사채업자로부터 발급받은 가짜 잔고증명을 이용해 유령법인 68개를 설립해주고 건당 20만 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는다.

잔고증명은 법인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을 증명하는 서류다. 이 자본금이 실제 법인을 위해 사용되지 않으면 상법·형법상 범죄가 된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대포통장 유통조직 사이에선 유령법인 설립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A 씨는 범죄조직이 유령법인 설립을 의뢰하면 사채업자를 연결해주거나 직접 가짜 잔고증명을 발급받아 법인 등기까지 ‘깔끔하게’ 처리해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A 씨는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 명의로 잔고증명을 발급받았으며, 심지어 다른 고객이 법인 설립을 의뢰하면서 맡긴 잔고증명서를 몰래 중복 사용하거나 고객을 유령법인 발기인으로 등재해 각종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설립된 유령법인은 보이스피싱, 불법 스포츠토토 등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용 대포통장 발급에 활용됐다. A 씨 등은 이 같은 수법으로 부산 울산 서울지역 법무사 사무실 3곳에서 유령법인 총 89개를 설립하고 대포통장 300여 개를 개설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유통조직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자본금 없이 법인을 설립해주는 법무사 사무실이 있다’는 진술을 토대로 개설 경위를 역추적해 A 씨 등을 적발했다. 이들은 범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최근 변호사 증가로 법무사 업계가 타격을 받으면서 고객 유치를 위해 이 같은 범죄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법무사 사무실 3곳은 사실상 대포통장 유통조직의 단골로 통했다”며 “법무사 관계자가 사채업자에게 잔고증명서를 받아 법인을 설립해주고, 사채업자는 자본금 없이 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문으로 만들어 인터넷에서 배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