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옛 해운대역사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용역이 한창인 가운데 부지 내 역사 건물을 보존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역사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민 여론과 반대돼 양 측의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부산의 옛 해운대역사 앞에서 역사 건물의 철거 여부를 두고 시민단체 대표와 주민 대표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승륜 기자

‘해운대역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연대(이하 연대)’는 23일 옛 해운대역사 앞에서 무기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역사 부지 일대를 시민공원과 광장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역사 건물이 철거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대는 시민단체인 ‘깨어있는 시민들의 죽비 봉사단(이하 깨죽단)’이 주축이 돼 결성한 모임이다.

연대는 3년 전 옛 역사 부지에 호텔 등의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사회가 팔각 지붕의 특수 형상을 가진 해운대 역사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이제 옛 역사 부지에 공원을 개발하는 쪽으로 행정이 추진되자 주민들이 옛 역사 건물이 지역 발전을 저해하므로 철거하자고 하는 것은 이중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특히 연대는 1934년 개통된 옛 송정역사가 근대문화유산 등록된 것처럼 옛 해운대역사도 관광 특구인 해운대구에 없어서는 안 될 문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연대는 이런 내용이 담긴 호소문을 시민에게 전달하고 4000명으로부터 지지 서명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대는 같은 내용의 온라인 서명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이런 움직임이 알려지자 옛 역사 주변 주민들은 지역의 요구와 배치되는 운동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옛 역사부지와 그 뒤 폐 선로 부지를 공원으로 만드는 설계 용역이 이달 말까지 진행되고 있다. 용역사의 중간 설명회에서 주민들은 “철로 주변에서 오랫동안 고생해온 주민들이 지역 개발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옛 역사 건물을 철거하는 게 맞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옛 역사 건물에 커피박물관이 입점하려 하자 주민들은 “역사 부지를 공원이 아닌 다른 용도로 개발하려는 수순”이라며 반발했다.

임순연 옛 해운대역사 정거장부지 공원화 추진 비대위원장은 “옛 역사가 해운대해수욕장부터 구남로로 이어지는 상권과 해리단길 주변 마을을 오랫동안 단절시켜 철거가 꼭 필요하다”며 “지역 주민의 바람과 배치되는 시민단체의 운동이 계속될지 추이를 지켜보고 대응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지후 깨죽단 대표는 “해운대 역사 부지는 특정 지역 주민만의 소유가 아니다”며 “4000여 명의 지지 서명을 받는 대로 지자체에 옛 역사 보존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관련 주민 공청회 개최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