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주들, 운영난 주요인으로 주장
- 규제완화 촉구 … 우범지대 우려도

경남 양산시의 대표적 관광지인 배내골에 들어선 펜션이 운영난으로 폐업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폐업한 펜션은 우범지대로 전락할 조짐마저 보여 자칫 양산의 관광산업 기반까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지난해 폐업한 배내골 H 펜션. 이 펜션은 객실이 20여 개로 한때 배내골에서 가장 큰 펜션이었다. 간선도로와 가까워 접근성도 좋은데, 폐업하자 이 점이 되레 문제가 됐다. 청소년 등이 쉽게 들어가 탈선 장소로 이용할 수 있어서다. 출입을 막는 담이 높지 않아 성인이면 쉽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접근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표지판도 없다. 주변에는 보안등도 없어 밤이면 암흑천지가 된다.

인근 주민은 “최근에 1인 방송에서 폐가 체험이 성행하는데, 혹여나 이런 방식으로 배내골이 소개돼 전국에 알려지거나, 폐업한 곳에서 안전사고라도 일어나면 지역 전체에 타격이 될 게 뻔하다. 시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와 배내골펜션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배내골 펜션 10곳이 폐업했다. 배내골은 양산시 원동면 대리, 선리, 장선리와 울산 울주군에 걸쳐 있다. 이 중 양산 배내골에는 펜션 115곳이 영업했는데, 최근 5년간 45곳이 문을 닫았다. 규모가 가장 컸던 H펜션마저 폐업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배내골이 밀양댐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게 이처럼 폐업이 속출하는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탓에 피서철에 배내골에 방문한 관광객이 물에 들어갈 수 없고, 펜션 업주가 건물을 개·보수하는 데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렇다 보니 배내골은 방문자가 줄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인근 울산 배내골, 밀양 단장면 등지로 손님이 빠져 나갔다. 업주는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오게 하려고 대실료를 10년째 동결해 경영난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펜션 폐업이 속출하면서 지역 관광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내골은 청정한 환경을 간직한 양산의 대표 관광지이고, 펜션은 배내골에 관광객이 오게 하는 주요 기반시설이기 때문이다.

배내골펜션협회 관계자는 “울산 배내골은 양산보다 댐에서 더 상류에 있는데 상수원 보호구역이 아니어서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울산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양산으로 유입되는데도 양산만 피해를 보는 꼴이다. 양산 배내골에서 계곡에 발만 잠깐 담그는 식의 가벼운 물놀이는 허용하는 등 조처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내골펜션협회는 조만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시에 전달하고 김일권 시장과의 면담도 요청해 업계 회생을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