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차이용 5개국 횡단 24박25일
- 3·1만세운동 100주년에 맞춰
- 이동 경로 70%는 ‘손기정 루트’
- 항일 역사 되새기는 의미도

전국 유일의 유라시아 대륙 횡단 민간 외교사절단 행사인 유라시아 시민 대장정이 시작된다.
올해 유라시아 대장정은 남북 화해 분위기와 3·1만세운동 100주년 의미를 새긴다. 부산시는 이번 대장정을 토대로 ‘북방 협력’ 실현을 위한 시민 공감대를 확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와 부산국제교류재단은 17일 오전 9시 부산역 2층 대합실에서 ‘2019 유라시아 시민 대장정’ 출정식을 연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대장정은 24박25일 동안 진행된다. 참가 단원은 50명이다. 부산시의회 도용회(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단장을 맡는다.

이들은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이르쿠츠크·예카테린부르크·모스크바, 중국 쑤이펀허·하얼빈·베이징, 몽골 울란바토르, 폴란드 바르샤바, 독일 베를린까지 총 1만2218㎞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한다. 대장정 참가자들은 부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구포역으로 옮긴 뒤 김해공항에서 항공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이후 버스를 타고 중국 쑤이펀허로 간 후 나머지 모든 구간은 열차로 움직인다.

이번 유라시아 시민 대장정 행사의 특징은 독일 베를린을 최종 목적지로 선정했다는 점이다. 기존 대장정 행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목적지였다. 시는 독일도 분단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대장정 경로를 베를린까지 연장했다. 기차를 타고 유라시아를 거쳐 서유럽 중심부까지 도착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행사 일정 대부분을 ‘손기정 루트’에 맞춰 짠 것도 특징이다.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가 이동했던 길을 되밟는다. 손기정 루트는 2015년 외교부 등이 진행한 ‘유라시아 친선 특급’ 행사에서도 선보인 적 있다. 시는 이번 대장정 이동 경로 70% 이상을 손기정 루트를 중심으로 짰다.

시 관계자는 “3·1만세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손기정 선생의 항일 정신을 되새긴다”며 “부산역을 시작점으로 잡은 건 부산이 유라시아 대륙의 시작이자 끝을 상징하는 곳이라는 점을 내세우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대장정은 과거·현재·미래의 테마로 행선지를 나눠 이뤄진다. 과거(블라디보스토크·하얼빈 등) 테마에서는 항일 독립 유적을 둘러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현재(베이징·울란바토르 등)는 지속 가능한 개발 등에 초점을 맞췄다. 미래(모스크바·베를린 등)는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번 대장정에서 애초 계획했던 북한 평양 경유 일정이 빠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는 행사 기획 단계에서 민간단체 등을 통해 북측에 평양 경유가 가능한지를 물었다. 하지만 북측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