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확한 예산 공개 않아 조합원과 불화
- 반면 투명하게 공개한 곳은 신뢰 얻어
- 전자결재 도입 등 문제점 보완 목소리
부산지역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정비사업 통합 홈페이지’ 활용 현황을 살펴보니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갈등을 반복하는 조합이 많았다. 부산은 서울보다 1년이나 빨리 이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운영의 내실은 훨씬 뒤처진 셈이다. 반면, 이 시스템을 잘 활용해 조합원 신뢰를 얻은 조합도 있는 만큼 하루빨리 문제점을 보완해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갈등 없애려다 갈등만 부추겨
시 정비사업 통합 홈페이지에 공개된 수영구 ‘남천2-1-2(삼익빌라) 재건축’ 정비사업구역 정보 공개율은 100%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 구역 조합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 따라 공개해야 할 연간 자금 운용 계획을 1건만 등록했다. 홈페이지가 운영된 2017년 이후만 따져도 3건이 올라와야 한다. 이 때문에 “연간 예산안을 공개하라”고 촉구하는 일부 조합원과 조합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 한 조합원은 “조합이 연간 자금 운용 계획 등을 상세하게 공개해야 하지만, 처음 설정한 예산안을 두고 자금을 집행한 뒤 조합원 추인을 받는 형식으로 운영돼 왔다. 조합이 공개한 예산안은 없는데 매년 자금은 집행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2016년부터 아파트 공사를 진행했는데 시공사 등을 통해 자료를 받아 보니 예산 변동이 없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아파트는 7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구역 조합장 A 씨는 “예산안을 증액하면 조합원에게 보고하지만, 2016년 이후 변동이 없어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또 시와 구에 문의한 결과 아파트 준공 단계의 조합은 정보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빨리 도입하고도 정착은 느려
서울시는 2017년 11월 예산회계 시스템인 ‘e-조합 시스템’을 개발해 1년간 시범 운영했다. 부산보다 1년이나 늦었지만, 훨씬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는 조합 정비업체 직원이 예산회계 자료를 승인받으려고 전자 결재를 올리면 조합장이 확인한 뒤 결제하는 시스템을 사용 중이다. 부산시는 이런 시스템을 아예 만들지 못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업 추진 초기 전자 결제 시스템을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런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는 ‘정비사업 조합 등 표준예산회계 규정’을 만든 뒤 해설서와 함께 각 조합에 배포해 가이드라인을 주고 있다. 복잡한 정비사업 용어 등을 표준화해 조합원끼리 갈등을 없애고,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 공개 시스템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부산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홈페이지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안 쓰는 조합이 많아 직접 찾아가는 방문 교육을 하는 등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런 작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산에도 ‘잘하는’ 조합이 있다
통합 홈페이지에 예산안을 투명하게 공개해 조합원 신뢰를 얻는 정비사업구역도 있다. 금정구의 남산1구역 재건축 조합은 예산안 항목을 상세하게 분류해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조합원이 조합 이사회·대의원회 등 의사록을 복사해 달라고 요청하면 복사비를 받는데, 이 수익까지 예산안 항목에 포함하는 등 매우 구체적 내용까지 홈페이지에 등록했다. 이외에도 출장비 항목도 시내 교통, 기차 등에 따라 세부적으로 잡아 조합원이 봤을 때 신뢰하게끔 예산안을 작성했다. 남산1구역 재건축 조합장 B 씨는 “조합원 재산권이 걸린 만큼 최대한 투명하게 조합을 운영하려고 한다. 정보 공개도 마찬가지다”며 “잡수익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해 사실 그대로 홈페이지에 올린다. 그러다 보니 조합원 간 신뢰가 돈독해졌다”고 했다.
시 정비사업 통합 홈페이지 예산회계 시스템 컨설팅 업체인 유진파트너스의 이윤영 대표는 “조합원 알 권리를 지키고 재산권을 보호하려고 만든 홈페이지가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각 조합은 홈페이지를 활용해 투명한 정보 공개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