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男 먼저 풀려나… 초동 대처 안일
경남 사천에서 심야에 만취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여성 운전자를 위협했지만, 경찰이 1차 조사만 하고 이 남성을 귀가시켜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경찰은 이 남성과 피해 여성을 같은 공간에서 조사하고, 먼저 남성을 귀가시키는 바람에 피해자는 보복을 당할까봐 불안에 떨었다.
사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0시 사천읍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A(48) 씨가 흉기를 들고 B(여·46) 씨의 차를 막아섰다. B 씨는 겁에 질려 급하게 100여 m를 후진하다가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멈췄다. 당시 B 씨의 차에는 여성 2명과 초등학생 1명이 동승했다.
동승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 씨를 파출소로 임의동행했다. B 씨는 경찰에 “A 씨가 흉기를 들고 쫓아왔다”고 진술했지만, A 씨는 “흉기를 들지 않았다. 아내가 타고 있던 차가 사고가 나 같은 방향으로 달렸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그러자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려고 B 씨를 파출소로 오게 했다. 이 때문에 B 씨는 A 씨와 같은 공간에 머물러야 했다. 경찰은 B 씨 일행의 항의를 받고서야 B 씨를 파출소 내 다른 방으로 분리했다. A 씨는 자신의 모습이 찍힌 블랙박스를 확인한 후에야 범행을 인정했다.
경찰은 A 씨 지인이 “B 씨 쪽이 음주운전을 한 게 아니냐”고 주장하자 B 씨를 상대로 음주측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A 씨가 보복 범행을 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B 씨보다 A 씨를 먼저 귀가시켰다. A 씨가 간단한 조사를 받은 뒤 출석약속 확인서를 작성해 귀가조치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B 씨 일행은 “한밤에 남자가 흉기를 들고 차를 따라와 정신을 잃을 뻔했다. 공포를 준 당사자인 A 씨와 같이 있었던 파출소에서도 현장만큼 끔찍했다. 먼저 돌아간 A 씨가 어디 숨어있다 나타나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경찰은 A 씨를 특수협박과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파출소가 협소하지만, 분리해 조사했다. A 씨는 경찰서에서 다시 조사받아야 해 돌려보낸 것이고, B 씨는 진술을 받느라 오래 걸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