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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17> 경남 통영 중화마을 조석현 씨

잠수드론 띄워 수중 물고기 상태 관찰 … 가두리양식 ‘IT 날개’ 달다

  •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07 18:50:43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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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앱 개발회사 운영하다 귀어
- 전공분야 활용 블루오션 창출 확신

- 헬리캠 덕에 1㎞ 밖 바닷속까지 확인
- 먹이주는 일 원격 제어 자동화 구축
- 배합사료 사용해 어류 성장 ‘쑥쑥’
- 인근 어장주도 배우러 찾아올 정도

- 어병 탓 돌돔 10만 마리 폐사 아픔
- 데이터 분석 따른 대책 마련에 몰두

- 1차 생산 넘어 유통·가공에도 눈돌려
- 1인용 돌돔구이 홈쇼핑서 소개 예정
- “전국적 유통망 확보로 미래 개척” 포부

“해상 가두리양식은 발전 가능성이 무한합니다.”

어류를 그물에 가둬 키우는 가두리양식에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한 당찬 개척자가 있다. 남해안 가두리양식 주산지인 경남 통영시 산양읍 중화마을 앞바다에서 0.25㏊ 가두리어장을 운영하는 조석현(47) 씨다. 젊은 귀어 청년들로 구성된 ‘블루오션 영어조합법인’의 대표이기도 하다. 업계에서조차 인건비와 사룟값은 치솟지만 어류가격은 하락해 사양산업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그는 가두리양식업이 ‘블루오션’이라고 힘줘 말한다.
   
조석현 씨가 어장 속 어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헬리캠을 띄우고 있다. 헬리캠은 육지에서 1㎞ 떨어진 양식장에 도착하면 그대로 잠수해 양식 중인 어류의 상태를 사무실 화면으로 전송한다.
그는 아침 일과부터 특별하다. 육지에서 헬리캠(소형무인헬기)을 띄워 1㎞ 가량 떨어진 바다 어장으로 날려 보낸다. 헬리캠은 어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닷속으로 잠수해 어장 내 물고기 상태를 촬영한다. 그는 육지 사무실에서 4대의 컴퓨터 화면으로 어장 속 어류 상태를 일일이 체크한다. 밤새 어류의 이상유무를 확인할 수 있어 어장 관리에 그만이다. 기존 가두리 어장주들이 아침 일찍 어장에 나가도 사정을 파악할 수 없는 것에 반해 그는 어장에 가지 않고도 어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어류에 먹이(사료)를 주는 일에도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또한 육지 사무실의 컴퓨터에서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컴퓨터 입력에 따라 어장 위 20대의 자동 사료급이기에서 먹이가 실시간으로 어장 속으로 공급된다. 어장 일의 80%를 차지하는 먹이주기도 사람 손을 거치지 않으면서 어장 관리가 한결 수월해졌다.

그는 5년 전 통영으로 귀어했다. 부산에서 정년을 마친 부친이 고향인 통영에 정착하자 주말마다 뵈러 온 게 귀어로 이어졌다. 부친이 정착한 중화마을에는 가두리양식업자들이 많아 자연스레 친해졌다. 그리고는 생전 처음 접한 가두리양식에 눈을 떴다.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전공 분야인 IT를 접목하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들었다.

조 씨는 부산대 기계공학부를 나와 서울의 유명 게임개발업체에서 근무 후 부산에서 스마트폰 앱 개발회사를 운영하던 중이었다. IT업계가 아이디어 싸움이 심하고 유사 아이템 경쟁이 너무나 치열해 조금씩 지쳐갈 때였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가두리양식은 매력적인 산업인데도 대부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지요. 제가 배운 IT 노하우를 가두리양식에 접목하면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귀어를 택했죠.”

귀어자금과 자비를 보태 어장을 사들였다. 그리고는 어장에 IT를 접목하는 일에 연구를 거듭했다. 바다 위 어장에서의 현장 생활도 밤낮을 이어갔다. 때마침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배합사료연구센터에서 생산한 ‘친환경·고효율 배합(EP)사료 ’ 시범어장으로 선정되는 기회를 잡았다.

업계는 대부분 냉동상태의 생사료를 고집해 배합사료를 외면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작은 알갱이 형태의 배합사료가 오히려 어류 먹이 성장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다만 냉동 생사료는 그물 아래로 가라앉지 않아 먹이를 하루에 두 번 던지면 됐지만 배합사료는 그대로 가라앉아 조금씩 자주 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문제였다. 자동사료급이기는 그래서 생겨났다.

   
조석현 씨가 육지 사무실에서 원격 제어로 어장 속 어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인근 어장들보다 어류 성장도가 뛰어났다. 기대 이상으로 쑥쑥 성장하는 어류들을 보면서 성취감과 희망이 커져갔다. 가두리양식에 첫 도전할 때 인근 어장주로부터 양식 노하우를 전수받았지만 불과 수년 만에 위치가 뒤바꿔 이제는 다른 어장주들이 그를 찾고 있을 정도다.

귀어학교를 졸업한 젊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영어조합법인도 설립했다. 19명의 회원 대부분이 30, 40대 젊은 청년이다. 이 중에는 조 씨가 자동화된 양식장을 함께 만들어 보자며 권유한 후배 2명도 함께하고 있다. 서로 의지하고 버팀목이 돼 주면서 향후 가두리양식업을 이끌고 나갈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성장을 거듭하던 그도 지난해 양식업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호된 가르침을 받았다. 어병(이리도바이러스)이 발병해 출하를 앞두고 있던 돌돔 10만 마리가 폐사했다. 그때부터 어병 대책을 세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철저하게 어장 데이터 를 분석해 인근 해역으로 그물을 이동하는 것 등이 연구거리다.

전화위복이랄까, 1차 생산에만 급급해서는 안된다는 깨우침도 얻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유통과 가공에도 눈을 돌렸다. 현재 제주도산 가공 어류가 홈쇼핑에서 유통되고 있는데, 통영산 어류가 물류비나 출하단가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섰다. ‘블루오션 영어조합법인’ 이름을 내건 1인용 돌돔구이 제품이 곧 홈쇼핑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다른 신제품 개발과 군납 입찰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가두리양식에 뛰어든 이듬해 4000여만 원에 불과했던 수입은 이제는 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의 어장에는 돌돔 13만 마리와 볼락 13만 마리가 무럭무럭 성장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배가 고프고, 할 일이 많다. 올해부터 생산과 가공, 유통이 함께 이뤄지면 엄청난 고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기존 방식으로는 가두리양식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지금까지의 감각적인 어장 관리 노하우에 체계적인 데이터 축적 등 과학적인 관리 방식이 도입돼야 새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동화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면 이 시스템을 다른 양식장에 보급하는 프랜차이즈 사업도 검토 중이다.

조 씨는 “ICT를 접목한 고품질의 어류 생산과 새로운 가공식품 개발, 전국적인 유통망 확보 등으로 가두리양식업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IT와 가두리양식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그는 그래서 아직 미혼이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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