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의 다수공급자계약제도를 악용해 실제 거래가보다 높은 납품단가를 받아챙긴 제조업체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최진곤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67)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토목용보강재 제조·판매업체 대표이사인 A씨는 조달청과 제품(TOTOGRID 6T) 계약을 하면서 실제 가격(2640원)보다 3배 높은 금액(8030원)을 최저가격인 것처럼 거짓 자료를 제출했다. 다른 업체도 부풀린 가격을 써낸 탓에 이를 믿은 담당 공무원은 협상을 통해 6200원으로 제품 단가를 정했다.

조달청은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 이용기관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려고 적격성 평가·가격협상 절차를 거쳐 다수공급자계약을 체결한다. 이때 조달청은 물품업자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납품단가를 정하는데, A 씨는 애초 높은 단가를 써내더라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허점을 노렸다.

A 씨는 이러한 수법으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공공기관 20여 곳과 계약을 맺고 67차례에 걸쳐 10억8000만 원 상당의 제품을 납품해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A 씨는 공공 조달사업에 관한 거래질서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국가재정을 훼손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다만 실제 피해 금액이 적고, 조달청이 부과한 환수금 반환을 위해 노력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