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들이 내건 우산. 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완전 직선제를 요구했던 우산혁명이 발발한지도 5년이 지났다. 그런 홍콩의 시민들이 또 한번 들고 일어났다. 범죄인을 중국으로 인도하려는 정부에 대한 반발이었다. 결국 홍콩 입법회(의회)는 12일로 예정됐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심의를 연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입법회 주변에 집결해 밤을 지새운 시민들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입법회 주변 도로를 점거했다. 이들은 철제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채 “철회” 구호를 외쳤다. 시위 대열에선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이 휘날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대학생과 교직원, 고교생과 교사, 연대 파업에 나선 사회복지사·회사원·항공사 승무원 등 각계 시민들의 합류로 시위대는 수천 명에서 수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홍콩 밤거리 곳곳을 수놓던 갤러리와 점포 관계자들도 줄줄이 문을 닫고 거리로 나섰다.

입법회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법안 심의를 미루겠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하지만 시위대의 요구는 그치지 않고 있다. 법안의 완전 철회 이전까지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입법회 청사 점거와 무기한 파업 등도 불사하겠다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한 차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도 불거졌다.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각) 입법회 진입을 시도한 시위대에게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했다. 시민들은 피해 상황을 SNS를 통해 알리며 “중국이 제2의 천안문사태를 준비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따라 홍콩 정부가 시간을 끌면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처리를 끝내 강행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콩 입법회 의석은 총 70석으로 지역구 의석 35석, 직능대표 의석 35석으로 구성된다. 현재 직능대표 대다수와 지역구 의석 과반수가 친중파라는 점에서 표결 처리는 무난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민재 기자 i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