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부 친인척 등 105명 부정채용
- 전 노조위원장 등 총 31명 기소
- 일용직 공급업체·터미널사와
- 유착 관계 맺으며 조직적 비리
- 30년간 위원장 7명 모두 법정에
- “근본적인 방지책 필요” 목소리
항만 비리 수사에 나선 검찰이 4개월 만에 부산항운노조 전 위원장 2명 등 30여 명을 재판에 넘겼다. 부산항운노조는 2005년 검찰의 대대적 수사 이후에도 이를 비웃듯 각종 취업·승진 비리를 저지르고 새로운 유착 구조를 만들어내는 등 더 교묘하고 은밀한 수법으로 세력을 과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매번 “쇄신하겠다”고 외쳤던 부산항운노조에서 또다시 대규모 비리가 터지면서, 이번에야말로 폐쇄적 구조를 뜯어고쳐 백화점식 비리를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취업 5000만 원·승진 8000만 원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박승대 부장검사)는 부산항운노조 김상식(53), 이모(71) 전 위원장과 터미널 운영사 임직원 4명, 일용직 공급업체 대표 2명 등 모두 31명을 취업·승진 비리 등 혐의로 기소(구속 16명)하고, 달아난 지부장 1명을 수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로써 부산항운노조는 지난 30년간 위원장을 지낸 7명 모두 재판을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검찰 수사 결과 부산항운노조의 고질적 취업·승진 비리는 하나도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항운노조에 가입하려면 항업지부 기준 3000만~5000만 원이 뒷돈으로 들어갔고, 승진 때도 단계에 따라 5000만~8000만 원이 오갔다. 부산항운노조 간부 14명이 받은 돈만 10억 원이 넘는다.
특히 전 위원장 이 씨는 부산교도소에 수감됐을 때도 동료 수형자 아들의 취업을 알선하고, 부산유도협회장 제자의 취업 청탁을 받는 등 수차례에 걸쳐 수억 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더 은밀·교묘해진 비리
작업 환경이 나은 신항으로 취업시키려고 이른바 ‘가공 조합원’을 만들어 관리하는 새로운 비리 형태도 드러났다. 부산항운노조는 2012년부터 간부의 친·인척 등 외부인 135명을 북항 조합원으로 허위 등록하고, 이 가운데 105명을 정상 조합원인 것처럼 신항업체에 추천해 부정 취업(전환배치)시켰다.
검찰은 부산항운노조가 미숙련 신규 인력을 추천하면서 신항업체 인사위원회의 심사·채용 업무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보고 김 전 위원장 등 6명을 기소했다.
‘일용직 공급업체 - 부산항운노조 - 터미널 운영사’가 항만 인력 공급을 매개로 유착 비리를 저지른 사실도 적발됐다. 연 매출 200억 원에 이르는 일용직 공급권의 배후에는 부산항운노조와 인력 공급업체, 터미널 운영사 간 뒷거래가 있었다.
항만 일용직 인력 공급업체 Y사 대표 최모(57·구속기소) 씨는 노무 공급권을 독점하면서 법인 자금 50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항운노조 지부장의 친형인 최 씨는 이 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일부는 터미널사 또는 부산항운노조 간부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 간부도 연루…개혁 시급
부산항운노조 비리에 국가인권위원회 팀장(서기관)도 연루됐다. 검찰에 따르면 국가인권위 부산사무소장으로 근무한 이모(55) 씨는 2012년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이 전 위원장에게 가석방과 특별 면회 등 수감생활 편의를 알선하고, 그 대가로 3000만 원을 받았다.
이 씨는 이 밖에도 부산항운노조 조장 승진 청탁금 2000만 원을 챙기고, 지난해까지도 지부장에게 지인의 취업 청탁금 3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부산항운노조 전반에 만연한 취업·승진 비리는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청탁금을 회수하려는 또 다른 취업 사기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런 비리는 하역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항만 경쟁력에도 치명적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만 인력 공급권을 쥔 부산항운노조 특성상 노조 가입 절차를 소수의 전·현직 간부가 결정하는 구조적 허점을 우선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수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부산해양수산청 등 감독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실효적 재발 방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