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환되면 고용승계 보장 안돼
- 교원 자격증 있어야만 임용

교육부의 국공립 유치원 확대 방침에 따라 교육청에서 사립 유치원을 매입해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기존 사립 유치원 교사가 대거 실직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6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내 사립 유치원 중 국공립으로 전환을 원하는 곳의 신청을 받은 결과 16곳이 전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은 이 중 5곳을 선정해 교육부에 전환을 신청하고 현재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는 국공립 유치원 확충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시·도교육청이 사립 유치원을 사들인 뒤 국공립으로 바꿔 운영하는 형태다.

문제는 국공립으로 전환되는 사립 유치원의 기존 교사일 경우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교육청은 지난 4월 국공립으로의 전환을 희망하는 사립 유치원을 공모하면서 기존 사립 유치원 교사의 고용은 승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혔다. 시교육청의 공모 조건을 보면 사립 유치원의 교사(건물)와 교지(부지)는 매입하지만 교직원의 고용은 승계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공립 유치원은 임용시험을 통과한 교사만 고용할 수 있으므로 기존 사립 유치원 교사는 무더기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매입형 유치원의 ‘기준선’인 6학급 이상 규모를 갖추려면 평균 15명의 교사와 조리사 등 교직원을 둬야 한다. 부산에서 신청한 5곳 모두 국공립으로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최소 70여 명의 교사가 실직하게 되는 셈이다. 한 사립 유치원 교사는 “매입형 유치원은 현장의 교사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경험 있는 교사를 하루아침에 실직자로 만드는 정책”이라며 “소속 유치원이 국공립으로 전환되면 다른 사립 유치원이나 보육시설에 취업해야 하지만 대부분 보육 시설이 연차가 높거나 나이가 많은 교사보다 젊은 신입 교사를 선호하는 분위기여서 재취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육부는 사립 유치원 고용 승계 방안을 고려했으나 교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최근 교육부가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사립 유치원의 기존 교사 가운데 ‘우수 교사’를 선발해 국공립 유치원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 단체는 “기준을 알 수 없는 ‘우수’ 사립 유치원 교사를 국공립 유치원 교사로 근무시키는 건 임용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예비 교사들을 무시하고 역차별을 조장하는 처사”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