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체 제소… 재판 져 공장 난립
- 권익위 의견 무시가 결정적 원인
- 부랴부랴 공원 추진, 33억 투입
경남 양산시가 북정동 녹지를 일반공업지역을 지정하자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주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녹지로 환원하라고 권고했지만, 시가 권익위의 권고를 무시하는 바람에 공장이 난립하고 있다. 시는 뒤늦게 “완충녹지를 조성하겠다”며 공업용지 매입에 나서 ‘어처구니없는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9일 시와 양산시의회에 따르면 권익위는 2001년 8월 북정동 성락사 인근 산막산단 일원에 일반공업지역으로 지정된 길이 600m, 너비 100m 부지를 자연녹지로 변경하라고 시에 권고했다. 권익위는 이 부지 인근에 대동빌라트, 대동1차 아파트 등 주거단지가 산재한 점을 고려해 주거환경 보호 차원에서 이같이 권고했다.
하지만 시는 이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 일대에 공장을 신설하겠다는 Y사 등 4개 업체의 허가 신청은 반려했다. 주거환경을 보호하라는 권익위의 권고가 나온 마당에 공장 설립을 허가하면 주민 반발에 부딪힐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들 업체는 시를 상대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잇따라 제기해 모두 승소했다. 그 결과 2개 업체가 해당 지역에 공장을 신설해 가동 중이며, 나머지 2개 업체와 소송을 하지 않은 1개 업체도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공장을 지었거나 지을 예정인 땅의 면적은 모두 2만8710㎡다. 만일 시가 권익위의 권고를 수용했다면 이 중 1만1365㎡는 자연녹지여서 4개 업체 중 2개 업체는 공장을 지을 수 없었다. 법원도 판결에서 시가 권익위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공장 설립을 허가해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이 2개 업체의 공장은 대동빌라트 등 주거지와 마주보고 있다. 이 때문에 공장에서 배출하는 각종 오염원에 노출될 것을 우려한 주민이 반발하자 시는 2016년에 뒤늦게 33억 원을 들여 공장과 주거지 사이 일반 공업용지 2만6043㎡를 매입했다. 이곳에 완충녹지와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주민들은 “녹지를 공업용지로 풀더니 다시 녹지로 만든다면서 비싼 돈을 주고 사들이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지적했다. 시의회 문신우 의원은 최근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현장을 돌아본 뒤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문 의원은 “잘못된 행정이 어떤 피해를 주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시는 공장 인허가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