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 일자 뒤늦게 계약 해지
- 노조 “교란 중단하라” 오늘 집회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 소포를 택배사를 통해 배송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법 위·수탁 계약이 도마에 올랐다.
26일 부산우정청 등에 따르면 우정청은 지난 13일 울산우체국과 택배 중간업체인 D사 간에 체결한 ‘소포 배달 아파트 전담 위·수탁 계약’을 승인했다. 울산우체국이 관내 10개 아파트 6237세대의 물량(일평균 400개)을 건당 790원에 D사에 위탁하는 게 주 내용이다.
문제는 D사가 이 물량을 직접 처리하지 않고 울산의 한 택배회사 대리점과 또다시 위·수탁 계약을 하자 불거졌다. 현행법상 우체국 소포는 택배사를 통해 배달될 수 없음에도 버젓이 택배사가 배달한 것이다.
정부는 택배 시장의 안정을 위해 택배 사업자로 신고된 택배사의 소속 기사 차량에만 ‘배’자가 들어간 전용 번호판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택배 기사들은 소속된 택배사의 물품만 취급해야 한다. 택배사 소속 기사가 전용 번호판이 부착된 차량으로 우체국 소포(택배)를 배달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인 셈이다.
우정사업본부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른 택배 사업자가 아니어서 ‘우체국물류지원단’ 등을 통해 택배 및 소포를 배달하고 있다. D사와 같이 중간 택배업체와 위·수탁 계약을 하고 물량을 처리하기도 한다. 중간 업체 대부분은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버 택배’ 업체이거나 장애인 등을 고용한 업체다. 이들 업체는 택배차량 전용 번호판이 아닌 일반 화물차량으로 우체국 소포를 배달한다.
D사가 택배회사와 위·수탁 계약을 재차 맺은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우정사업본부가 단가를 지나치게 후려쳐 택배 산업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택배연대노조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물류지원단에는 건당 1166원을 지급하지만 중간 택배업체에는 이보다 훨씬 적은 돈을 지급한다. 택배요금 정상화에 앞장서야 할 국가기관이 자기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D사로부터 물량을 받은 택배회사 기사들은 D사 마진을 제외한 가격으로 물량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는 27일 부산우정청 앞에서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부산우정청과 울산우체국은 D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울산우체국 관계자는 “일정 장소에 대량으로 택배를 내려 운송비 등을 절감할 수 있는 실버택배업체의 단가가 낮아 주로 계약을 맺고 있는데, D사가 실버택배업체가 아닌 데다 다른 택배사를 이용해 우체국 물량을 처리하는지 몰랐다”면서 “향후 입찰 등을 거쳐 검증된 실버택배 업체와 계약하겠다”고 해명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