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리 옮긴다더니 실행은 없어” 지적
- 시교육청 “일제 잔재 청산… 방안 모색”
친일을 한 것으로 알려진 부산 경남고 초대 교장의 흉상 철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국제신문 지난해 12월 7일 자 7면 보도) 지역 교육단체와 교육청까지 문제 해결에 나섰다.
민족문제연구소 부산지부와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23일 부산 서구 동대신동 경남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학교에 설치된 초대 교장 고 안용백 씨의 흉상을 철거할 것을 촉구했다.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홍동희 상임대표는 “올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교육 현장인 학교에서부터 친일 잔재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 안용백 씨의 흉상을 철거하는 게 그 첫걸음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흉상은 설치된 후 끊임없이 논란에 시달렸다. 안 씨가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 행위자 705명의 명단에 포함되는 등 친일을 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안 씨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근무하면서 창씨개명, 내선일체, 황국 신민화 등에 앞장서 각종 기관지와 잡지에 글을 기고했다.
경남고 측은 시민단체 등의 지적을 받아들여 적절한 조처를 했다는 입장이다. 학교는 지난해 말 흉상 옆에 ‘초대 안용백 교장은 1930년 경성제대를 졸업한 이후부터 해방될 때까지의 친일행적으로 인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어 있음’이라고 적힌 동판을 설치했다. 학교 관계자는 “여러 지적을 받아들여 동판을 설치했고, 추가 대책은 추후에 의논을 거쳐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학교가 흉상을 철거하거나 자리를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종민 부산지부장은 “이전부터 학교는 ‘흉상을 건물 뒤쪽으로 옮기겠다’ ‘학교 박물관으로 옮겨 안 보이게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부산시교육청까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설 움직임을 보인다. 시교육청은 올해부터 각급 학교 교육과정, 교육시설, 학교역사, 관행적 용어 등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를 찾아 청산하는 ‘새로운 미래 100년을 위한 학교문화 바로 세우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 교육청 홈페이지에 ‘학교 속 일제 잔재 청산 참여마당’코너를 마련했는데, 게시 글 38건 중 33건이 안용백 흉상 철거와 관련된 것이었다. ‘명문 모교에 ‘친일 학교’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니는 게 싫다’ 등과 같은 졸업생과 시민이 적은 글이 올라 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학교 속 일제 잔재 청산지원팀’에서 해당 논란을 인지하고 있다. 학교, 동문회 등과 논의해 적절한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