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교사들은 환영하지만
- 맞벌이 부모들 연락 애로 걱정
- 번호 요구땐 공개 않기도 어려워
최근 일부 시·도교육청이 교사에게 업무용 휴대전화를 지급하거나 개인 번호를 비공개하는 등의 방법으로 교사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장 교사는 대체로 반기지만, 일부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맞벌이 학부모는 교사와의 연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2학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3000여 학급을 선정해 담임교사에게 업무용 휴대전화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벌인다. 경남도교육청과 충남도교육청은 교사에게 업무용 전화번호를 제공한다.
일부 교육청이 이 같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교사들의 호소 때문이다. 업무시간 외에 민원·상담 전화가 끊이지 않아 휴식을 방해받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자신의 프로필 사진이나 개인적인 일들이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노출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것이다.
교사의 이 같은 고충은 학부모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김소영 부산지회장은 “교사에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업무 시간 내에, 수업에 방해되지 않는 쉬는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사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학생들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무용 휴대전화·전화번호를 지급하는 방안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교사는 학부모가 긴급 상황에만 연락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번호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면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업무 시간 내에 교사와 통화가 어려운 맞벌이 학부모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 당국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조만간 교사로 구성된 ‘교육활동 보장 정책기획단’이 의견을 수렴해 방과 후나 현장학습 등 사례별로 효율적인 비상연락망 구축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에 부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부모 의견을 들어 정책 보완에 나서는 모양새다.
서울, 경기, 경남 교육청이 교사 사생활 보호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반면 부산시교육청은 아직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정한철 전교조 부산지부장은 “퇴근 후 학부모 연락으로 교사가 겪는 괴로움은 상상 이상이다. 타 시·도교육청의 교사 보호 방안이 옳다”며 “부산시교육청은 아직 현황 파악이나 대책 마련 없이 관망하는 자세여서 아쉽다”고 말했다. 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