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관리 명목 마사지영업 성행
- 지자체·보건소 “제재 근거 모호”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에스테틱’ 등 일반 미용업소에서 불법으로 안마(마사지) 시술을 한다며 관할 지자체가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마사지와 미용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지자체가 실태 파악에 손을 놓고 있어 장애인 안마사와 미용업소 간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14일 부산 해운대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안마사인 A 씨는 최근 해운대 모 특급호텔 내에 있는 에스테틱이 수년째 불법으로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수련을 거친 뒤 안마사 자격을 얻은 시각장애인에 한해 안마·마사지·지압 등을 할 수 있는데, 미용업소에서 피부 관리를 구실로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에스테틱에서 관리사가 손으로 고객의 피부에 오일을 발라 마찰 행위를 하는 것은 엄연히 마사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안마사협회도 대응에 나섰다. 협회 관계자는 “피부미용 업소가 광고물에 ‘마사지 요법’ 등의 문구를 사용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에스테틱이 피부미용 외 건강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확인 결과 해당 에스테틱의 안내문에는 ‘‘마사지요법’이라는 의미를 지닌 터치 테라피를 제공한다’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업소 측은 “등, 다리 등의 신체 관리를 한다”면서도 “피부 관리 영역에 포함된 아로마 케어를 할 뿐 의료 기구를 사용하거나 마사지를 하지 않고 있어 불법 영업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해운대구는 실태 파악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구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피부 관리와 마사지 간 경계가 모호하다. 피부 관리를 마사지로 볼지 판단하는 건 보건소의 업무”라며 책임을 돌렸다. 이에 보건소 측은 “보건소는 안마 업소에 대해서만 점검을 한다.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에스테틱에서 실제 마사지를 하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일제 강점기인 1912년 시각장애인이 안마업 독점권을 얻은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일반인이 ‘마사지’ ‘안마’ 등의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