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276차례 빼돌린 혐의로
- 총책 등 8명 구속 … 20명 입건
- 도박 가담 한국인 관광객 추적

필리핀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환전자금으로 쓰려고 1000억 원이 넘는 외화를 밀반출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외화 1080억여 원을 해외로 밀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국내 총책 A(56) 씨 등 8명을 구속하고 관리책, 운반책 등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또 필리핀에서 범행을 계획하고 조직을 구성한 해외총책 B(53) 씨 등 3명을 지명수배했다. 경찰은 B 씨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신청하는 등 국제 공조 수사를 진행 중이다.

B 씨는 필리핀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다가 환전에 어려움을 겪자 친형인 A 씨를 동원해 외화 밀반출 조직을 결성하고 2016년 10월 18일부터 지난 1월 17일까지 276회에 걸쳐 1080억 원의 외화를 몰래 반출한 혐의를 받는다.

B 씨가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번 돈과 한국인 관광객이 도박장에 오기 전 자신에게 송금한 도박자금(원화)을 A 씨가 가진 대포통장으로 송금하고, A 씨는 이 돈을 달러나 유로화로 바꾼 뒤 관리책 운반책에게 들려 필리핀에 반입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교도소 동기와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동네 선후배 등을 조직원으로 포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출책과 운반책들은 여성용 보정 속옷을 입고 그 안에 외화를 숨기거나 신발 밑창에 깔아 공항검색대를 통과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일당은 창원 한 오피스텔을 임대해 교육장으로 활용하면서 외화 은닉 방법, 적발 시 대처 요령 등을 숙지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화 운반책들은 한 주에 1·2회, 한 명당 4억 원 상당의 외화를 반출하면서 50만 원의 수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당이 밀반출한 외화를 환전하면서 챙긴 시세 차익은 19억4000여만 원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한 번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 상당을 B 씨에게 입금한 한국인 관광객 30∼40명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 자금출처와 사용처, 도박 가담자, 다른 밀반출 조직 등에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