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사하구 폐수처리업체 10곳
- 연간 폐수 36만여 t 과잉 처리
- 근로자 3명 사망·주민 대피령 등
- 유해 화학물질 사고에 ‘속수무책’
- 폐수 18차례 방류, 물 안전도 위협
- 폐수업체 화학물질 관리법 적용 제외
- 감독기관도 인력 부족에 관리 손 놔
- 환경부, 시·지자체에 단속 권한 이관을
지난해 11월 부산 사상구 학장동 폐수처리업체에서 성분을 알 수 없는 고농도 폐수가 뒤섞이면서 발생한 황화수소가 누출돼 순식간에 폐수처리업체 근로자 3명의 목숨을 빼앗아 갔다. 사상구와 사하구는 폐수처리업체가 밀집한 까닭에 황화수소 누출 등 매년 화학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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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6월 1일 부산 사상구 덕포동의 한 폐수처리공장에서 유해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물을 뿌리고 있다. 국제신문 DB |
■ 밀집한 폐수처리업체와 반복되는 사고
폐수처리업체는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산업폐수를 정화하는 업체를 말한다. 중화학 공업은 물론 경공업 설비 운영 중 각종 유해 화학물질이 섞인 산업 폐수 발생은 불가피하다. 이들 업체가 산업 폐수를 무단 방류하면 지역 하천뿐 아니라 인근 바다가 오염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수질환경보전법 등 관련 법에 따라 산업 폐수를 정화해 배출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자체 정화 설비를 갖추지 않은 업체는 폐수처리업체에 폐수를 위탁해 처리한다.
부산시 자료를 보면 시에는 모두 10개의 폐수처리업체가 있다. 이들 업체는 사상구(7개), 사하구(3개)에 밀집했다. 이들 업체 대부분이 과거 사상공단 등의 전성기에 자리를 잡은 까닭에 설비 노후화가 심각하다. 오래된 영세 사업체임에도 과도한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 영업 중인 10개 폐수처리업체가 처리한 물량은 36만3400여 t에 이른다.
시 관계자는 “경기도에는 하루 처리 용량이 2600여 t인 업체 11곳이 지난해 34만5300여 t을 처리했는데 부산은 하루 처리 능력이 1200여 t에 불과하지만, 36만 t 이상을 처리했다”며 “과도한 물량 처리는 사고 발생 우려를 높일 뿐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물량을 무턱대고 받는다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발생한 사고에서도 포스코로부터 폐수를 받은 A 업체는 정확한 성분 분석 없이 강알칼리성 폐수를 강산성 폐수와 섞었다. 게다가 이 폐수에는 4만5000PPM의 황화수소도 들어 있었다. 막무가내로 폐수를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화학 사고 발생과 그에 따른 인명 피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불과 1년 전에는 사상구의 B업체에서 이산화질소 가스 누출 사고도 발생했다. 이 사고로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노란색 가스가 퍼지자 반경 1㎞ 내 공장 노동자와 주민 2만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도 있었다.
■ 단속·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폐수처리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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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28일 부산 사상구 감전동의 폐수처리업체에서 황화수소가 누출돼 소방관들이 현장에 진입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이처럼 매년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폐수처리업체는 단속과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 관련 법규가 지자체에 적극적인 단속·관리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탓에 시와 각 구·군은 수질 감시 등 간접적 방법으로 단속과 관리를 시도한다. 이 때문에 한계는 분명하다. 사상구 관계자는 “방류구에 카메라를 설치해 방류되는 폐수의 색을 보고 비정상적이면 대응에 나서지만 어떤 업체에서 배출했는지 알기 어렵고, 하수관 등으로 무단 방류하면 적발하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직접적인 권한이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폐수처리업체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가진 고용노동청과 낙동강 유역환경청 또한 인력 부족으로 단속과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황화수소 누출 사고가 발생한 A 업체는 최근 5년간 단 한 차례도 근로감독을 받지 않았다. 낙동강 유역환경청 역시 인력 부족으로 매년 실시해야 하는 정기검사를 하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폐수처리업체 운영에 필수인 안전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또 이들 업체는 처리하기 어려운 고농도의 폐수를 지난해에만 18차례 낙동강에 무단 방류했다. 부산환경공단 관계자는 “폐수처리업체가 처리할 수 없는 고농도 폐수를 하수관 등으로 낙동강으로 조금씩 흘려보낸다. 이 때문에 생활하수 정화 때보다 많은 약품을 넣어야 해 시민 세금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중금속은 처리할 수 없어 그대로 방류된 후 낙동강 하류에 쌓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법 개정으로 또 다른 화학사고 막아야
비슷한 이유로 폐수처리업체에서 화학사고가 일어나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고 주민 불안이 커지자 관련법을 개정해 폐수처리업체 화학 사고 발생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는 시가 환경부를 설득해 관련법 개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제대 정상태(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화학물질 관리법에는 강력한 사고 예방 규정이 있다. 하지만 폐수처리업체는 폐기물 취급사업장으로 분류돼 법 적용을 받지 않아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가 없다”며 “시는 환경부를 설득해 법 적용 대상을 폐수처리업체까지로 늘리거나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 더 이상의 사고 발생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