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이 ‘소유권 이전’ 공약
- 국방부, 논의 답보에 임시안 마련
- 지역사회 반발 “모든 시설 개방을”

“‘바다 위의 청와대’인 청해대(靑海臺)를 우선 개방하라.” 경남 거제시 저도(猪島)의 소유권을 국방부에서 시로 이전하는 논의가 더디게 진행되자 국방부가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를 제외한 저도 개방안을 내놨지만, ‘반쪽 개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일 자유한국당 김한표(거제) 국회의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올해 안에 저도를 임시 개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2017년 대선 때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의 추억 저도’를 ‘국민의 추억 저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하면서 소유권 이전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완료하기 전 우선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저도 내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는 개방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이에 김 의원은 지난 1일 열린 국방부의 저도 임시개방 관련 보고회에서 “역대 대통령이 머문 역사적 공간인 청해대를 제외하고 개방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반쪽 개방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청와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청해대를 개방 영역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저도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군사기지로, 광복 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여름철 휴양지로 사용했다.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로 공식 지정되면서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됐다. 섬에는 3홀 골프장, 200여 ｍ 백사장, 청해대 본관과 부속건물(경호원 숙도) 등이 들어서 있다. 섬의 북단부는 기암괴석과 절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등 관광 자원이 풍부하다. 저도는 1993년 청해대에서 지정해제됐고, 행정구역은 거제시로 환원됐지만 여전히 국방부가 소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거제 지역사회는 줄기차게 저도 소유권을 이전하라고 요구해왔다. 2004년 시와 지역민, 경남도의회가 대정부 건의서를 제출하면서 공론화됐다. 국방부는 ‘군사시설 보호’를 명분으로 소유권 이전에 반대했지만, 거가대교가 저도 상단부를 통과하면서 이 주장은 무의미해졌다.

하지만 소유권 이전 논의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국방부가 대체기지 조성을 소유권 이전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조선경기 침체로 최악의 실업률에 시달리는 탓에 예산 부족을 겪는 거제시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런 가운데 임시개방안마저 반쪽에 그치자 지역에서는 소유권 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를 겪는 중에 천혜의 관광 자원을 활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저도 주변 어로행위도 엄격히 통제되는 등 실질적 피해도 있어서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거제시발전연합회는 지난달 저도 소유권 이전을 촉구하면서 청와대 상경집회를 열었다. 김 의원도 국방부에 전향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