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척자들’ 4년 전부터 상권 키워
- 임대료 올라 ‘둥지내몰림’ 우려도

한때 번성했지만 쇠락의 길을 걸었던 경남 김해시의 원도심인 봉황동 거리가 활력 넘치는 명소로 부활하고 있다.

1일 오후 김해시 봉황동 한 골목. 구불구불한 옛 도로를 따라 점집과 주점, 슈퍼마켓이 늘어서 있다. 그 건물 사이로 간판을 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개성 넘치는 식당과 꽃집, 바느질가게, 카페 등 상점이 눈에 띈다. 거리에는 10, 20대 젊은 층이 많이 보인다. 주민 최정자(여·52) 씨는 “우리 마을에 새 가게가 여럿 문을 열면서 신세대도 많이 찾고 있다”며 “변화된 풍경이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길은 30여 년 전 장유로 가는 통로여서 ‘장유가도’로 불렸다. 상점이 들어서면서 지금은 ‘봉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통한다.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서울의 ‘경리단길’을 본따 이름을 붙였다.

죽었던 상권은 3~4년전 ‘개척자’들이 터를 잡으면서 서서히 살아 났다. 봉리단길 가게의 협의체인 장유가도주민협의회 회장 허은(66) 씨와 인근에서 하라식당을 운영하는 김혜련(48) 씨가 대표적이다. 이곳이 고향인 허 회장은 비었던 84년 된 적산가옥을 리모델링해 ‘카페 봉황 1935’를 열었다. 화가인 김 씨도 지인 5명과 건물 1채를 매입해 식당과 카페, 바느질공방 등을 열었다. 김 씨의 식당은 독특하게 하루 한 가지 메뉴만 제공하는데, ‘진짜 집밥을 판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때부터 오래된 가게를 밀어내고 젊은 층의 기호에 맞는 상점이 속속 간판을 올렸다. 700ｍ에 달하는 봉리단길에서 어느 새 40여 곳의 크고 작은 상점이 새 옷을 갈아입었다.

이 길이 애초에 ‘돈 버는 장사’를 할 만한 곳이 아니었던 까닭인지 상인 중에는 잔뼈 굵은 자영업자보다 연극배우나 화가 등 문화·예술인이 많다. 유튜브에 봉리단길의 소소한 사람 이야기를 전하는 극단 대표 곽지수(50) 씨도 그 한 예다. 그 덕분에 공연도 자주 열린다. 올해 예술영화와 공연 등을 상영하는 봉황예술극장이 문을 열 예정이어서 문화의 향기가 더 짙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초창기에 비해 집값이 배 이상 뛰었다. 임대료 인상으로 연결되면 상권을 일군 상인이 떠나는 ‘둥지 내몰림’이 우려된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