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관점을 바꾸면 같은 상황이 새롭게 보입니다. 노인이 많아서 문제가 아니라 출생률이 낮아 사회를 이끌어갈 사람이 없는데 다행히 노인은 많아서 이들이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고 보는 거죠.”
고령화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는 고령화 현상을 대처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로 인식할 것이냐, 아니면 이를 장점으로 활용할 것인가가 여기서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전 세계 고령화 현상을 연구하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 부설 옥스퍼드 인구 고령화 연구소(The Oxford Institute of Population Ageing)의 조지 리슨(사진) 소장을 만나 ‘고령화 활용법’에 대해 물었다.
리슨 소장은 “좋거나 나쁜 인구 통계는 없다”고 단언했다. 즉 특정 인구가 적거나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 같은 현상을 뒷받침할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그 현상이 나쁘게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대부분 도시의 물리적 환경은 아직도 젊은 사람이 많은 상황에 갇혀 있습니다. (인구 통계를 바꿀 수 없다면) 각종 사회적 인프라가 인구 통계에 맞추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는 것입니다.”
그는 고령 친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접근성’이라고 했다. 노인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등에 쉽게 접근하게 하는 배려가 노인 친화의 기본이라는 것. 리슨 소장은 “예를 들어 돌봄센터로 가는 데 편리한 이동수단이 있는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길은 잘 닦여 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고령화는 ‘인생 과정(life course)’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노인을 위해 커뮤니티가 바뀌는 건 노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세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신호등 초록 신호가 길어지면 노인들은 물론이고 임신부, 유모차를 밀고 가는 사람, 어린 아이와 함께 걷는 사람도 편합니다. 즉, 노인이 살기 좋은 도시는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입니다.”
리슨 교수는 고령화 속도가 유럽에 비해 훨씬 빠른 국내 상황을 타개하고자 시는 도움을 주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은 인구가 300만 명이 넘는 큰 도시여서 한 덩어리로 사업을 추진해선 안 됩니다. 시는 관련 사업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제시하며, 이를 지원하는 역할에 한정되어야 합니다. 런던에선 커뮤니티 대표들 의견을 물어 노인 친화 정책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실제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영국 옥스퍼드=하송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