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마저도 한 곳은 오물 투성이
- 다른 곳은 오후 6시까지만 개방
박모(38·부산 연제구 연산동) 씨는 29일 부산 해운대구 미포에서 송정까지 폐선부지 철로를 따라 도보 여행을 즐기다가 낭패를 당했다. 갑자기 배가 아파 청사포 마켓 공공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는데, 도저히 용변을 볼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화장실 대변기와 소변기 모두 오물로 막혀 있었고, 세면대에는 플라스틱 컵 등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었다. A 씨는 “화장실 관리 상태가 엉망이었다. 다른 화장실을 찾으려고 해도 눈에 띄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미포부터 청사포를 거쳐 송정에 이르는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철길(4.8㎞) 구간에 최근 덱 길이 조성되면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화장실이 부족한 데다 운영 중인 화장실마저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관광객이 불편을 겪는다.
이날 해운대구에 따르면 해당 구간에 화장실은 2곳밖에 없다. 앞선 청사포 마켓 공공화장실에다 지난해 다릿돌전망대가 설치되면서 전망대 건물 1층에 설치된 화장실이 전부다. 청사포 마켓 공공화장실은 시가 마켓과 함께 설치해 관리권을 해운대구에 위임했다. 이후 구는 화장실을 포함한 마켓의 운영과 관리를 청사포 어촌계에 맡겼지만 어촌계가 마켓 운영을 중단하면서 화장실 관리에도 손을 놓아 화장실이 방치되고 있다.
해운대구는 다시 화장실 관리를 맡을 예정이지만, 어촌계가 체납한 화장실 수도세 200만 원을 납부하기 전까지는 청소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릿돌전망대 화장실의 경우 전망대가 운영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개방된다. 사실상 폐선부지 철길 구간에 24시간 제대로 운영되는 화장실이 단 한 곳도 없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해운대구가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단체 ‘해운대촛불’ 신병륜 활동가는 “지역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은 폐선부지 주변에 변변한 화장실이 하나도 없다는 건 큰 문제”라며 “그나마 있는 화장실이라도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구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 관계자는 “어촌계가 화장실의 밀린 수도세를 납부하는 대로 화장실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