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으나, 여전히 ‘유죄’로 판결을 받자 이를 놓고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지방법원 형사3부(남재현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지나치던 여성의 엉덩이를 만진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된 A(39) 씨의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과 160시간의 사회봉사,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일관되게 피해 내용을 진술한 것과 달리 A 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 A 씨의 팔이 피해자 쪽으로 향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과 ‘교행 과정에서 신체접촉이 있었던 것은 명확해 보인다’는 영상 전문가 진술도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사건 초기 어깨만 부딪혔다고 했다가 CCTV 영상을 본 후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하는 등 진술의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A 씨가 전과가 없고, 추행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판결 이후 A 씨의 변호인은 “재판부가 ‘피고인과 피해자가 교행하는 1.333초 안에 여성을 인지해 성추행하기 어렵다’는 영상 분석가의 진술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앞서 A씨는 2017년 11월 대전의 한 곰탕 식당에서 일행을 배웅한 후 돌아가는 과정에서 여성 손님의 엉덩이를 움켜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A 씨는 1심에서 검찰 구형인 벌금 300만 원보다 무거운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항소심 판결 이후 온라인에서는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일부 누리꾼들은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생각하면 처벌은 당연하다’거나 ‘2심 판결에서 추행의 정도가 중하지 않다는 기준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고 비판했다. 반면 다른 일부 누리꾼은 ‘붐비는 도시철도를 타는 사람들은 아침 출근하면 징역 6년씩은 살고 나와야 할 듯’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갈 때에는 모두 손을 묶고 들어가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결성된 시민단체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위하여(당당위)’도 성명을 내고 “‘피해를 주장하는 자가 거짓을 말할 리 없다’ ‘일관적인 진술이 거짓일 리 없다’는 편향적인 관념에 의한 선고는 법치주의를 위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