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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09> 샬롬 팍스 샨티 : 여러 평화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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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4-25 19:24:4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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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의 아들인 이스마엘과 이스마엘의 조카인 이스라엘은 삼촌 사이다. 이렇게나 가깝지만 이스마엘의 자손인 아랍인과 이스라엘의 자손인 유대인은 지금까지도 참혹한 분쟁의 길을 가고야 말았다.

샬롬이나 팍스와 다른 평화인 샨티.
하지만 그들의 인사말은 참으로 평화롭다. 유대인은 샬롬, 아랍인은 살람이라고 인사한다. 모두 평화 평강 평안이란 뜻이다. 우리말 안녕처럼 주로 사람들 사이에서의 평화(平和)다.

평화를 관장하는 로마의 여신인 팍스(Pax)는 나라들 사이의 평화를 뜻할 때 주로 쓰인다.

로마제국에 의한 팍스 로마나, 대영제국에 의한 팍스 브리태니카, 미국에 의한 팍스 아메리카나처럼 어느 한 나라가 주도하는 강한 국가력이 팍스인 평화를 만든다.

‘팍스적’ 평화의 관점에서 평화의 반대말은 전쟁이다. 전쟁과 평화라는 말이 익숙하게 들리는 이유다. 팍스에서 유래한 피스(Peace)도 싸움이 없는 평화로운 상태다.

인간적 평화인 샬롬, 국가적 평화인 팍스와 달리 심리(心理)적 평화를 뜻하는 마음속(心裏) 내면의 평화는 무얼까? 딱 적합한 말이 산스크리트어로 쓰여진 고대 인도 브라만교 경전인 베다에 있다. 샨티(Shanti)! 하늘의 뜻을 깊이 우러르며 이웃 만물중생과 가까이 하고 자신을 바짝 낮게 엎드릴 때 나오는 진정한 마음의 평화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장편시 ‘황무지’는 난해한 말을 잔뜩 늘어놓기에 이해할 수 없다. 다만 마지막 구절은 이해할 만 하다. 마음의 평안을 찾는 주문처럼 들린다. 샨티, 샨티, 샨티!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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