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치료 환자 10만여 명
- 재발률 높고 치료비 부담 불구
- 정부 외면에 가족들도 고통 커
- 규정 까다로워 강제입원 포기도
- 법원 강제수용 결정제도 도입을
경남 진주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42)은 입원을 포함해 68차례나 조현병 치료를 받았지만, 범행 전 2년9개월간 치료를 중단했다. 이 기간 친형 등 가족은 안인득을 강제 입원시키는 등 그의 조현병 치료를 비롯해 공적인 보호·관리 방법을 찾으려 백방으로 뛰었지만, 손을 내밀어준 병원·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조현병 환자를 둔 가족은 정신적·경제적으로 매우 힘들다. 정부가 외면하는 탓에 환자의 보호·관리도 오롯이 떠맡아야 한다. 이에 “더는 가족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중증 정신질환자의 보호·관리를 국가가 직접 담당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된다.
안인득의 방화·살인 이후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입장문을 내 “국가 책임하에 중증 정신질환자가 입원과 외래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강제 입원은 2명 이상 보호 의무자가 신청하고,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소속 의사 2명 이상이 일치된 소견을 내야 한다. 규정이 까다롭다 보니 환자의 가족은 강제 입원 치료를 포기하기 일쑤다. 안인득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성인이 된 정신질환자를 가족이 옆에서 매일 보호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사실상 현실성이 없는 강제·자의·행정·보호 입원 대신 법원이 강제 입원 여부를 판단하는 ‘사법 입원’을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커진다. 이미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은 사법 입원을 시행 중이며, 영국 호주 등은 별도의 정신건강심판원이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가 돌보지 않으니, 환자 가족의 경제적 고통도 크다. 이 역시 치료를 포기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를 보면 지난해 조현병 치료를 받은 환자 10만9035명이다. 조현병의 평생유병률이 인구의 1%이므로, 실제 환자는 50만 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전체 환자의 20%만 치료를 받는 셈이다. 같은 기준으로 계산하면 지난해 부산에서 치료받은 조현병 환자는 8758명, 실제 환자는 3만4000명가량으로 예상된다. 부산지역 조현병 환자의 치료 공백(미치료) 기간은 18.7개월에 달한다.
특히 조현병은 재발률이 높은 데다 치료비도 많이 든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상 2017년 조현병 진료비는 3616억 원으로, 대표적 정신질환인 우울증(3278억 원)보다 많다. 공식적으로 진료받은 조현병 환자가 11만여 명으로, 우울증 환자 68만 명의 6분의 1 수준임을 고려하면 매우 많은 돈이다.
퇴원한 정신질환자의 재활을 책임질 공적 시설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신질환자가 병원과 지역 사회 사이에서 재활 프로그램을 이수할 시설은 부족하다. 부산은 다른 지역보다 더 열악하다. 사하·중·동·강서구와 기장군 등 5개 지자체에는 이런 시설이 1곳도 없다.
부산정신건강복지센터 박춘민 통합재활팀장은 “병원에서 퇴원한 정신질환자가 성공적으로 사회에 안착하거나, 또는 증상이 악화되면 재입원할 수 있도록 공공이 끊임없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민하 신심범 기자 skycolor@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