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GO! 치매 보듬는 사회 <7> 영국 디자인위 ‘나이 듦 프로젝트’

치매 걸려도 행복한 삶 ‘디자인’… 근사한 늙음까지 궁리

  • 국제신문
  • 영국 런던=이선정 기자
  •  |  입력 : 2019-04-24 19:13:18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질병 아닌 함께 살아가야할 현상
- 삶의 질 높이는 방법 구체화
- 아이디어 공모 … 치매견 등 도입
- 길 잃음 방지장치 ‘버디’ 제품화

- 고령화 가속 비용 눈덩이 추산
- 사회보장 고령자 전체로 확대
- 치매 완화 ‘기억카페’ 시범운영
- 기억 되살리는 앱 개발도 진행

‘디자인 부서가 치매를 담당한다?’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하지만, 영국에선 정부 자문기구인 디자인위원회(Design Council UK)가 치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로 치자면 시 공공기관인 부산디자인센터가 치매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다. ‘도시 디자인’이란 시민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도구이며, 그런 점에서 디자인을 통해 치매에 걸렸어도 더 나은 생을 보낼 방법을 연구하고 구체화한다는 설명이다. 영국에는 현재 80만 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다. 2051년이면 2배 이상인 170만 명 정도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기준 치매 관련 비용은 270억 파운드(40조 원)이며, 앞으로 그 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 전망이다. 국민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치매를 두고 영국은 ‘디자인 도전(Design Challenge)’을 시도했다.
   
영국 디자인위원회가 ‘치매와 함께 잘 살기’ 프로젝트를 통해 치매 어르신의 안내견 역할을 하는 치매견을 훈련, 보급하고 있다. 영국 디자인위원회 제공
■‘치매와 함께 잘 살기’

디자인위원회는 2011년 영국 보건부와 함께 ‘치매와 함께 잘 살기(Living Well with Dementia)’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치매와 함께하는 삶’에 필요한 수요를 살피고, 이를 지원할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착수한 것. 치매를 멀리하고 퇴치해야 할 질병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나이 듦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디자인위원회는 치매에 걸렸어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에 격리되지 않고 평생을 살아온 거주지에서 계속 살며,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돌봄)를 받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전국적으로 공모했다. 154건이 접수된 공모전 최종 결과 5가지 아이디어를 채택, 제품화에 나섰다.

‘치매견(Dementia Dog)’이 대표적이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처럼 치매 노인에 특화된 안내견을 훈련하는 사업이다. 치매 노인은 기억력 문제로 외출한 뒤 길을 잃어버리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밖으로 나갈 때 치매견을 데리고 다니면 집 위치를 기억해내지 못해도 개가 안내해 실종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약 복용 시간을 알려줘 약물치료에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동물과 함께 생활하면 노인이 정서적으로 안정된다는 장점이 있다. 치매견은 보통 2, 3년 훈련을 통해 육성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업이다. 현재 북부 스코틀랜드 지역에 10마리가 훈련·보급돼 실제 치매 노인과 생활하고 있다.

‘버디(Buddi)’는 위치를 알려주는 손목 착용 신호장치다. 외출했으나 집으로 가는 길을 잊어버렸을 때 이 장치를 누르면 위치 정보가 가족에게 전달된다. ‘오드(Ode)’는 식욕을 돋워주는 발향기다. 치매에 걸리면 우울한 기분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식욕이 떨어진다. 많이 먹지 못해 기력이 쇠해지고, 이는 치매 증상 악화로 연결된다. 베이커리에 가면 빵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는 데에서 착안, 맛있는 음식향을 발산해 먹기를 유도한다. ‘그루플(Grouple)’은 치매 노인과 가족, 그들을 맡은 지역사회 관련자가 돌봄에 대한 모든 것을 공유하는 소셜 네트워크다. ‘시간 거래(Trading Times)’는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가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르신을 돌보면서도 하루 2, 3시간 짧게 일을 해 경제적인 문제가 없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디자인위원회는 공모전을 통해 이 5개 아이디어를 채택한 뒤 기업과 연결해 제품화했다. ‘치매와 함께 잘 살기’ 연구개발(R&D)에 들어간 비용은 36만 파운드(5억3400만 원)다. 하지만 모두가 시장에 출시된 것은 아니다. 오드처럼 시장성이 낮아 실제 출시는 불발된 제품도 있었다.

■‘나이 듦을 바꾸다’

디자인위원회는 ‘치매와 함께 잘 살기’를 끝내고, 2016년부터는 ‘나이 듦을 바꾸다(Transform Ageing)’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치매라는 노화의 한 현상을 넘어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 전체를 대상으로 생길 수 있는 질병을 최대한 예방하고, 고령자를 돌보는 지역사회 체계를 더욱 공고히 만든다는 취지다. 디자인위원회 엘리 런시 성장혁신국장은 “‘치매와 함께 잘 살기’는 치매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수요를 조사하고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 보급하는 프로젝트였다면 ‘나이 듦을 바꾸다’는 치매뿐 아니라 전체 고령화 과정에서 좀 더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나이 들어갈 수 있는 방안을 기획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치매에서 노화 전체로, 기존 프로젝트보다 범위가 훨씬 커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전환은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데서 온 위기감 때문이다. 영국 통계청 조사를 보면 2020년 50세 이상 인구가 전체 노동인구의 3분의 1(32%)을 차지하며, 성인 인구의 절반(47%)에 육박할 전망이다. ‘건강한 나이 듦’으로 치매 등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병을 막거나 발병 속도를 최대한 늦춰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나이 듦을 바꾸다’ 프로젝트는 영국 남서부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 중이다. 3년간 300만 파운드(44억5000만 원)가 투입돼 지역 사회적기업을 연결, 고령사회에 대한 커뮤니티 활동을 기획, 발굴한다. ‘기억은 중요하다(Memory Matters)’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치매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디자인된 프로그램으로, 치매 환자가 동네 친구와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억카페(치매카페)’를 만들었다. 기억카페는 치매에 걸리지 않았어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지역민에게 열린 공간이다. 또한 어르신의 과거 사진이나 좋아하는 음악을 모아 기억력을 되살리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런시 국장은 “‘나이 듦을 바꾸다’를 통해 늙더라도 활동적이고 행복하며, 건강하고 커뮤니티와 연결되는 삶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런던=이선정 기자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RSS

  1. 1시큰시큰 무릎 통증, 운동·줄기세포 치료로 초기에 잡으세요
  2. 2다저스 107년 최저 방어율 갈아치운 류현진
  3. 3월드컵 부진 비난 받은 김정민 “팬·동료 위로에 안정 찾았어요”
  4. 4기독교 애니메이션 영화 ‘천로역정’ 극장 개봉 호평
  5. 5“세계적 영향력 인정” BTS, 미국 라디오음악상
  6. 6관절·척추 전문서 전문센터형 지역 거점 종합병원 도약
  7. 7태광그룹 총수일가, 계열사에 김치·와인 강매
  8. 8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17> 안무가를 위한 옹호
  9. 9희수 넘어 귀향한 ‘동양의 모차르트’…피아니스트 한동일의 인생 연주
  10. 10‘농구 황제’ 꿈꾸던 우들랜드, 생애 첫 US오픈 제패
  1. 1여야 4당, 한국당 뺀 6월국회 소집요구…20일 개문발차
  2. 2윤석열 어록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깡패지 검사냐”
  3. 3이해찬 "참을만큼 참았다"…'6월국회 소집' 결의
  4. 4막말 논란 한선교 사무총창직 사퇴… 욕설·‘걸레질 등 잇단 막말 탓인가
  5. 5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직 사퇴
  6. 6새 검찰총장 윤석열 지명…고검장 건너뛴 ‘파격’
  7. 7막말 논란 한국당 한선교 사무총장 사퇴
  8. 8부산 한국당 내년 총선 성적 ‘신주류 3인’ 협업에 달렸다
  9. 9청와대, 적폐 청산·검찰 개혁 가속 의지…검찰 인사태풍 예고
  10. 10소득주도성장위 “성과 내고 있다…정책기조 유지해야”
  1. 1태광그룹 총수일가, 계열사에 김치·와인 강매
  2. 2경남은행, 지역 자영업자에 광고·언론홍보 등 지원
  3. 3금융·증시 동향
  4. 4한은 기준금리 낮추기도 전에…은행권 예금이자 줄줄이 인하
  5. 5미중 마찰 장기화 땐 국적선사 실적악화 불가피
  6. 6주가지수- 2019년 6월 17일
  7. 7바다 위 ‘극지연구소’ 60여 종 첨단장비에 엄지척
  8. 8항운노조 비리고리 못 끊는 정부
  9. 9공항 앞 아시아 최고 항공산단…부산, 싱가포르를 배워라
  10. 10부산 카드 연체액 급증…1인당 290만 원 전국 최고
  1. 1이번주 전국 날씨 18~19일 비 소식, 주말도 흐려요
  2. 2로또 1등이었는데… 도둑으로 전락한 30대 경찰 붙잡혀
  3. 3홍콩 시위 이유 ‘홍콩 송환법’… 보류 결정, 시위대 요구 이어져
  4. 4윤석열 ‘검찰 내 최고자산가’… 재산 ‘검찰 평균 3배‘ 지적, 사실은
  5. 5文 대통령 차기 검찰총장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지명
  6. 6로또 1등 당첨자가 도둑으로 전락하기까지 ‘딱 8개월’
  7. 7검찰 초대형 인사태풍 예고…검사장 절반 이상 교체될 듯
  8. 8방탄소년단 팬미팅 암표판매상 적발…"플미충 아웃"
  9. 9검찰총장 직행 '파격' 윤석열…소신·정면돌파 스타일 '강골'
  10. 10박남춘 시장 개선 약속…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어떤 사건
  1. 1이강인 “전세진 엄원상 형 누나들에 소개해주고 파”
  2. 2류현진 중계… ‘시즌 10승’ 난항, 6회 2실점 무자책
  3. 3U-20 국가대표팀 환영회 최민수 모델 뺨치는 외모
  4. 4류현진은 7이닝 비자책 호투에도…실책·시프트 불운
  5. 5‘10승 도전’ 류현진 중계 어디서? MBC스포츠플러스-네이버 스포츠-인터넷 MLB 코리아-아프리카TV
  6. 6다저스 107년 최저 방어율(개막 후 14경기 선발 기록) 갈아치운 류현진
  7. 7U-20 월드컵 준우승 태극전사, 팬들 환호 속 귀국 "감사합니다!"
  8. 8U-20 월드컵 태극전사들의 유쾌한 환영식…'즉석 헹가래'
  9. 9월드컵 부진 비난 받은 김정민 “팬·동료 위로에 안정 찾았어요”
  10. 10이승엽기 리틀야구대회 22일 개막
부산을 최고 안전도시로
부산시의 안전문화운동
귀촌
산청 ‘올바나나’ 농장 대표 강승훈 씨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시민초청강연
  • 번더플로우 조이 오브 댄싱
  • 낙동강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