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통해 삶과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치매, 나아가 ‘더 나은 나이 듦(Ageing better)’을 기획·연구하고 수행합니다.”
영국 디자인위원회 엘리 런시(사진) 성장혁신국장은 디자인 부서가 치매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데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75년 역사의 정부 자문기구인 디자인위원회는 디자인을 통해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소하는 일을 담당한다. 그런 점에서 치매는 ‘적절한’ 주제다. 갈수록 빨라지는 고령화로 치매 관련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면서 영국 사회는 치매를 당면한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디자인위원회는 ‘치매와 함께 잘 살기’를 수행했고, 2016년부터 ‘나이 듦을 바꾸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 이유를 ‘더블 다이아몬드 이론’(2개의 D·그래픽)으로 설명한다. 그는 “오른쪽 다이아몬드가 ‘치매와 함께 잘 살기’ 단계에 해당한다. 치매를 겪는 어르신을 도와줄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Develop), 이를 전달(Deliver)하는 업무였다. ‘나이 듦을 바꾸다’ 프로젝트를 통해 왼쪽 다이아몬드로 ‘되돌아’갔다.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재)발견하고(Re-Discover), 이를 (재)정의하는(Re-Define) 일을 한다”고 말했다.
오른쪽 다이아몬드가 ‘현상’에 집중해 당장 문제를 해결할 방책을 내놓는 것이라면, 왼쪽 다이아몬드는 문제가 일어난 원인과 근원적 해소 대책은 무엇이며, 어떻게 지역사회와 협업해 해결할 수 있을지를 살펴본다는 뜻이다. 치매로 보자면 오른쪽 단계에선 이미 발생한 질병을 놓고 급성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면, 왼쪽 다이아몬드는 예방하고 발병 속도를 늦추는 만성적 대처에 관심을 둔다.
재발견과 재정의를 바탕으로 ‘나이 듦을 바꾸다’ 프로젝트는 ‘6가지 혁신 방향’을 설정했다. 첫째가 ‘긍정적 미래 대비’다. 늙어감을 미리 고민하게 해 실제로 노화, 그로 인한 질병이 찾아왔을 때 놀랍고 슬픈, 나에게만 일어나는 불행한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치는 현실이란 점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활기차게 대처하자는 내용이다. 두 번째는 ‘이동성과 대중교통’이다. 어르신이 외출할 때 이용하는 대중교통 인프라를 점검해 그들의 ‘발’에 이상이 없게 하자는 것. 세 번째는 인생 단계를 미리 생각하게 하는 ‘삶의 전환’이다. 네 번째는 ‘간병자 돌봄’으로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가족 등 돌봄자를 돌보고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다섯 번째 ‘적절할 때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노화로 인한 질병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이 ‘연결고리 만들기’다. 남서부 지역에서 진행 중인 바느질 교실이나 기억카페가 치매에 걸려도 고립되지 않고, 커뮤니티와 연결돼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대표적 연결 프로그램이다.
런시 국장은 “종전까지 치매 프로젝트가 ‘위로부터’였다면 ‘나이 듦을 바꾸다’는 ‘아래로부터’ 시작한다. 지역사회 주민, 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부터 직접 아이디어를 모으고 발전시켜나간다. 삶을 바꿀 좋은 디자인은 다양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