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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호텔리어 딸과 바리스타 엄마 ‘어묵카페’로 고급화 승부수

부평깡통시장 토박이의 맛 해참미도어묵 정혜문 사장

이야기 공작소- 어묵따라 원조따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23 18:52:14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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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 부산서 3대째 이어온 가업
- 아버지 해썹 인증 도움 요청에
- 유학파 딸 혜문 씨도 사업 합류
- 어머니도 日서 오랜 커피 공부
- 의기투합해 차별화된 매장 열어

- 빵 닮은 다양한 메뉴 개발하고
- 최고의 재료로 쫄깃함 추구
- 전국 역사·휴게소 제품 공급도

미도수제어묵카페. 미도, 수제어묵, 카페. 단어들을 하나하나 입안에서 굴려보니 고급스럽다. 부산어묵의 재발견이라고나 할까. 부평깡통시장 내에 있는 미도어묵 도·소매상과 미도수제어묵카페 두 군데 중 미도수제어묵카페로 향한다.
   
해참미도어묵의 정혜문 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도어묵은 3대째 이어지는 부평깡통시장의 토박이 어묵 업체다. 사진 제공=박재완
보수동책방골목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멀지 않은 곳에 미도수제어묵카페가 있다. 단정한 느낌의 외관이다. 안으로 들어가 진열대를 살펴보니 미도수제고추어묵, 미도매운당면오징어어묵, 미도수제통새우어묵, 미도수제새우어묵, 미도지리산삼채어묵 등 싱싱한 자연의 먹거리가 연상되는 어묵이 예쁘게 낱개 포장되어 있다. 어묵고로케와 고추어묵을 하나씩 골라 계산대 앞으로 간다.

“데워서 2층으로 갖다 드릴게요.”

   
미도 고로케.
오호라, 따뜻하게 데워 주는구나. 2층으로 올라갔다. 주문한 어묵이 나올 동안 느긋하게 2층과 3층을 한 바퀴 돌아본다. 2층은 커피 메이커스 스페이스다. 3층은 미도어묵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는 패널로 벽을 장식했다. 어묵 만드는 과정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전시한 유리 진열관도 눈길을 끈다. 홀 가장자리 바닥에 벽을 따라 길게 진열해 놓은 여러 종류의 커피 그라인더도 이색적이군.

2층으로 내려와 보니 주문한 어묵들이 와 있다. 먼저 어묵고로케를 먹는다. 쫀득한 식감과 함께 달콤한 팥이 입속으로 밀려드네. 뭐지, 이 쫀득함은. 아, 허를 찔린 느낌이다. 어묵에서도 이런 맛을 낼 수 있구나. 단팥빵과 찹쌀단팥빵의 중간 정도 식감이다. 생선살과 단팥의 조화라니. 예상하지 못한 조합이다.

고추어묵은 아삭한 고추의 식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함께 곁들여 나온 머스터드소스와 토마토소스가 잘 어울렸다. 건강한 맛이다.

■ 커피 그라인더가 많은 가게

   
카페에 진열된 커피 그라인더.
2층 계단참에 한 여인이 나타났다. 젊은 미모의 정혜문(1976년생) 사장이었다. 정 씨는 1963년 미도어묵을 설립한 이로부터 1976년 업체를 인수한 정제효 씨의 손녀다. 미도어묵은 정제효 씨로부터 아들 정호진 씨에 이어졌고, 다시 정혜문 씨까지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다.

정혜문 씨가 회사에 들어온 것은 2008년 미도어묵이 해썹(HACCP,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준비할 때였다고 한다. 정혜문 씨는 캐나다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국내에 들어와 서울의 어느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아버지 정호진 씨가 딸을 부산으로 불러들여 해썹 인증 준비를 도와달라고 하였다.

“원래 가족 일에 뛰어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아버지도 서울에서 무역 일을 하시다가 할아버지한테 불려 왔다고 했는데, 저도 그만 그렇게 되어 버렸죠. 그래도 해썹 인증을 성공리에 마치고 나니, 큰일을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했어요. 그 이후 하루하루 정신없이 일만 하다 보니 이제 내 일, 네 일이라는 생각도 없어졌네요.”

정혜문 씨는 부산에 오자마자 해썹 인증 준비에 돌입했고, 2008년 드디어 해썹 인증업체로 거듭났다. 해썹은 식약처가 위생적이고 안전한 생산시설을 인정, 해썹 적용 업소로 지정하는 제도이다.

부평깡통시장 안에 새로 수제어묵카페를 운영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이곳 수제어묵은 2015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작품이에요. 아마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시면 대표자가 김경자로 되어 있을 거예요. 사실 모든 명의는 김경자 씨죠. (웃음). 여기 커피 데스크며, 그라인더며, 진열해 놓은 커피 잔이 모두 어머니인 김 여사 작품입니다. 어머니가 일본에서 커피를 배우고 난 뒤 저렇게 많은 커피 그라인더를 수집해 놓았어요.”

각종 커피 그라인더가 진열된 이유가 밝혀졌다.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커피 공부를 하였고, 가족 기업인 어묵과 접목해 자연스레 카페가 떠올랐던 것이리라.

“어묵업은 가족들의 도움이 절실하거든요. 어머니도 아버지와 함께 미도어묵을 이끌어 오셨죠. 두 분은 모두 이곳 부평깡통시장 근처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합니다. 한 동네에서 자란 처녀 총각이 부부로 만나 저와 제 동생을 낳은 거죠. 저도, 제 동생도 모두 이곳에서 태어났어요. 바로 이 카페가 있는 저 골목 끝에서 살았죠. 말하다 보니 어릴 때 생각이 납니다. 그땐 이 앞의 길이 온통 흙투성이였어요. 흙투성이 길을 동생이랑 자전거를 타면서 돌아다녔고, 또 조금 더 가면 약국이 하나 있었는데요. 그 앞에 뽑기를 하는 데가 있었어요. 동생이랑 거기서도 많이 놀았지요. 여름에는 거기가 젤 시원했어요. 놀다가 제가 거기서 잠들곤 했답니다. 그러니 이 동네는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우리 가족 모두의 고향이죠. 여길 떠날 수가 없는 겁니다.”

부평깡통시장의 토박이 집안이었구나. 토박이 집안이 선택한 업종이 어묵업이었다고 하니, 이 일대 어묵업의 활황 정도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토박이들이 그 지역의 최고 상권을 꿰뚫어 보고 있을 테니….
■ 해썹 인증의 건강한 먹거리

   
어묵면 파스타와 어묵면 짬뽕.
“할아버지가 일본에서 공부도 많이 하시고 여러 나라를 다니시면서 무역도 하셨나 봐요. 그러다 어묵업에 손을 대신 거죠. 특히 할아버지는 대단한 미식가였어요. ‘미도’ 이름이 ‘맛의 길’, ‘맛의 정도’를 뜻합니다. 그 이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분이라 늘 최고의 맛을 향해 가야 한다고 하셨지요.”

갑자기 미도의 쫄깃한 식감에 대해 궁금해졌다. 다른 어묵과 달리 쫄깃한 맛이 강하다는 필자의 의견에 정혜문 씨는 웃으며, ‘맞다’고, 그게 미도가 추구하는 맛이라고 했다. 쫄깃하면서 자꾸만 먹고 싶어지는 맛, 질리지 않으면서 건강한 맛, 그게 미도가 추구하는 맛이다.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최고의 재료들을 쓴다고 한다. 갈치살, 조기살, 실꼬리 돔류 등 좋은 생선살로 만든 연육과 오징어, 새우 등 각종 해물과 야채류, 견과류 등 부재료는 가격이 비싸도 전량 국산을 쓴다. 그리고 소량의 밀가루와 전분이 들어간다고.

밀가루 이야기가 나오니 궁금증이 일었다. 평소 어묵거리를 지나다 보면 어묵 가게 판매원들의 ‘우리 어묵은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습니다’는 멘트. 또 과거의 어묵들이 밀가루 함유량이 높아 어묵탕에 오래 담가 두면 엄청나게 불어 크게 변한다는 것. 양이 많아진 어묵 덕분에 뜨거운 어묵을 먹는 순간 순식간에 배고픔이 사라지는 마법 같은 거리 음식이었다는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일반 어묵은 튀긴 것뿐만 아니라 찐 것, 구운 것도 있지요. 하지만 수제어묵은 거의 튀김입니다. 튀김에는 밀가루가 소량 들어가야 맛있습니다. 밀가루가 안 들어가면 전분이 소량 들어가야 하는데, 전분도 감자 가루 아니면 고구마 가루이죠. 밀가루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묵에 들어가는 소량의 밀가루마저 안 먹겠다고 한다면 빵도 안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고급 라인에서는 생선을 으깨 만든 연육의 비율이 80%를 웃돕니다. 어묵이 거의 생선살이라는 것이죠. 생선 한 마리, 두 마리를 통째로 먹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건강한 먹거리가 밀가루에 버터와 설탕이 많이 들어간 빵과 비교나 되겠습니까?”

정 씨의 설명을 듣고 보니 그렇다. 생선 한 마리를 통째로 아이에게 먹이려면 얼마나 힘들까. 생선 한 마리를 통으로 먹이기는 어렵지만, 어묵은 가능하다. 어묵은 생선의 다른 모습이다. 어묵에 소량 들어 있는 밀가루를 탓할 것이 아니다. 영양 만점의 맛있는 부산 어묵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밥상에 내놓아야 할 일이다.

‘좋은 재료로 좋은 사람이 만든 좋은 어묵입니다’. 미도어묵의 캐치프레이즈다. 미도어묵은 나이 드신 어머니들이 먼저 찾는 부산 어묵의 대표 브랜드로 알려져 왔다. 그만큼 입에서 입으로 오랜 세월 가족 건강을 책임지는 어머니들에게 사랑받았다는 이야기다.

   
미도어묵은 현재 장림공장과 부평깡통시장 내 본점, 미도수제어묵카페 등 4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 전국 50여 개의 대리점, 고속도로 휴게소, 철도역사점 등에 해썹 인증 마크를 단 자사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즐겨 찾는 핫바도 다시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이나니, 부산어묵의 새로운 발견이다.

김민수 ㈜플랫폼 대표·작가

※ 공동기획: 부산중구·국제신문·(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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