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웃에 오물 투척 등 위협 반복
- 가족·지인들 강제입원 노력에도
- 인권 침해 논란 휘말릴까 우려
- 경찰·행정기관 적극 대처 꺼려
경남 진주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의 피의자 안인득(42). 그의 사고력과 인지력은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는 범행 동기를 묻자 “국정 농단 세력이 피해를 준다” 등 맥락을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망상에 사로잡혀 횡설수설하면서도, 몸의 청결 상태는 정상적으로 관리했다. 안인득은 이런 행동은 전형적인 조현병 양성 환자의 징후다.
안인득이 조현병 진단을 받은 건 2010년이다. 당시 그는 생면부지 남성이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며 흉기로 머리를 가격했다. 안인득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밀 감정한 결과 ‘편집증적 정신분열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안인득은 2016년 7월까지 68차례 조현병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이번 범행을 저지른 지난 17일까지 2년9개월 동안 치료를 중단했다.
앞서 안인득은 지난 11일 위층 최모(18) 양의 집 현관문에 오물을 끼얹은 혐의(재물손괴)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때 안인득의 친형은 지인들에게 “동생을 강제 입원시키고 싶은데, 본인이 계속 거부해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더 앞선 지난 4일에도 친형은 조현병 환자의 응급 입원을 진행할 권한이 있는 경찰에게 안인득을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지 물었다. 경찰 1명과 전문의 1명의 동의가 있으면 정신질환자를 3일간 입원시킬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의 대답은 “검찰에 물어보라”였다.
친형은 지난 5일엔 주민센터를 찾아 행정 입원을 요청했지만, “본인 동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역시 거절당했다. 정신병력 치료증명서로 통사정하려 했지만, 증명서마저도 본인 동의가 없어 발급조차 불가능했다. 안인득의 잔혹한 범죄를 막을 기회는 수차례 있었지만, 그동안 ‘정신건강 응급 매뉴얼’은 한 차례도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한 사회복지사는 “정신질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위협’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고, 괜히 나섰다간 오히려 자신이 곤란해질 수도 있어 경찰이나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는 방법은 4가지다. ▷자의 입원 ▷보호(동의) 입원 ▷행정 입원 ▷응급 입원이다. 안인득의 가족은 이 가운데 자의 입원을 제외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를 입원시키지 못했다. 자의 입원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안인득은 자신이 조현병을 앓는다는 사실도 모른다. 그래도 그의 가족은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며 안인득의 치료를 바랐다. 안인득이 이웃과 문제없이 지내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비극으로 끝났다.
안인득의 친형은 지난 17일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의 유족이자 자신의 친구에게 “미안하다. 진작에 동생을 입원시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대병원 이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돼 환자 인권이 강화됐다. 옳은 방향이긴 하지만, 의사가 적극적으로 환자에게 진료를 권하기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라며 “법 테두리 안에서 진료하면서도 의사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