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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합헌→‘위헌’…법 개정 때 낙태허용 시기 진통 예고

유남석 헌재소장 등 재판관 3명, 인사청문회서 개정 필요 의견 내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19-04-11 19:25:59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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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 운동’ 등 여성 결정권 우선
- 사회적 폐지 여론 분위기 영향도

- 헌재, ‘임신 22주 내외’ 제시
- 구체적 허용기간 견해 제각각
- ‘낙태 결정 숙고제’ 도입 검토 등
- 부작용 막는 후속 입법 필요
- 계류 중인 재판·구제 판단 주목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합헌 결정한 이후 7년 만에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린 데는 달라진 재판관 인적 구성과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판부가 임신 초기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함에 따라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 추진과 함께 앞서 낙태죄로 처벌받은 이들의 구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11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바뀐 재판관·달라진 사회 인식

헌재의 이번 결정은 낙태죄를 부정하거나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재판관이 지난 재판부 때보다 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문재인 정부 신임 재판관 6명 중 인사청문회 등에서 낙태죄에 대해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은애·이영진 재판관 3명은 ‘위헌’이라거나 바뀔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청문회에서 특별한 견해를 나타내지 않았지만,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다.

미투(#MeToo) 운동 이후 여권 신장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태아의 생명권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도 지난 합헌 결정 때와 달라진 점이다. 헌재는 2012년 8월 조산사가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했을 때 처벌하는 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헌재의 낙태죄 위헌 결정으로 2020년 12월 31일까지 시간이 주어진 세부 법 개정 논의도 벌써 뜨겁다. 헌재는 낙태를 전면 금지한 형법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임신 22주’를 일종의 한도로 제시했다.

낙태죄 조항에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는 국가가 생명 보호의 수단과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신 초기’는 언제까지?

일각에서는 낙태를 제도적으로 허용할 만한 ‘임신 초기’를 24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의학적으로 임신 24주 이내의 태아는 허파를 구성하는 폐포가 될 종말낭이 형성되지 않아 자궁에서 배출되면 독자적으로 호흡할 수 없다. 태아가 스스로 생존하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때를 임신 24주까지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임신 12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의학적으로 임신 12주까지의 태아는 의식적 경험에 필요한 신경생리학적 구조나 기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또 이 시기까지 낙태는 수술에 의한 합병증 우려가 적다는 점도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는 ‘임신 초기’를 12주라고 보는 견해를 뒷받침한다.

기간 논란과 상관없이 낙태를 원하는 임신부가 실제 수술을 받을 때까지 충분히 숙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낙태 결정 숙고제도’ 도입도 함께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낙태 허용이 태아의 생명권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은 아니므로 임신부에게 낙태 결정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결정을 번복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기존에 낙태죄로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의 재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도 위헌 결정의 하나이므로 즉시 해당 형별 조항에 소급해서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례가 있어 재심 청구를 접수한 법원의 최종적 판단이 주목된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낙태죄 헌재 결정 어떻게 바뀌었나

1953년 

낙태죄 규정
‘자기낙태죄’ 형법 269조: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
‘동의낙태죄’ 형법 270조: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2012년 
8월23일

낙태죄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4 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

2019년 
4월11일

66년 만에 법개정 결정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
헌법불합치 결정

2020년
12월31일까지

법조항 개정
기한 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폐지

※자료 :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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