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어 잊고 모국어만 기억 빈번
- 터키어 등 이민자 프로그램 운영
독일 치매 환자는 모두 170만 명으로 추산된다. 뒤셀도르프에만 1만2000명, 뒤셀도르프가 속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연방주에는 30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이에 NRW주는 다른 연방주에는 없는 ‘치매서비스센터’라는 독특한 치매 전담 기구를 가동 중이다. NRW주에 모두 14개의 치매서비스센터가 있는데, 그 중 NRW 주도인 뒤셀도르프 치매서비스센터가 중심 역할을 한다. 시가 관리하는 뒤셀도르프 치매서비스센터는 2004년 문을 열었다.
개소 때부터 센터를 이끌어온 비르기트 마이어(사진) 소장은 “당시 독일은 치매라는 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대처 방법이 미숙할 수밖에 없었다. 치매를 제대로 알도록 지역사회를 교육하고, 환자와 가족을 상담한다”며 “무엇보다 대학병원과 알츠하이머협회, 돌봄시설, 자원봉사자 등을 연결하는 네트워킹에 초점을 맞춘다. 치매에 걸렸을 때 무엇을 하고, 어딜 가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이어주는 역할”이라고 기관의 성격을 설명했다. 거주지 가까운 곳에서 이용할 만한 돌봄 커뮤니티를 기획하고, 가족을 위한 모임도 만든다. 한마디로 지역사회 치매 관리의 컨트롤타워인 셈이다.
마이어 소장은 “예전에는 쉬쉬하고 모르는 척 했지만 치매는 멀리해야 하는 병이 아닌 같이 생활해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 주정부와 함께 ‘치매환자와 소통법’이라는 가이드북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가족 대상 교육부터 먼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나 복지재정을 아끼려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가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가능하면 집에서 오래 살아야 하므로, 집 구조를 치매 환자에 맞게 바꾸는 컨설팅도 시행했다”고 말했다. 가령 치매 환자는 요리하다 불 끄는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센서를 달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가스를 차단하거나, 화장실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욕실 내 보호대를 설치하고 타일을 바꾸는 등 치매 친화적으로 집을 개조하는 사업이다.
뒤셀도르프 치매서비스센터가 제공하는 ‘이민자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파독 광부나 간호사처럼 산업성장기 독일에 정착한 이주민이 치매에 걸리면 독일어마저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것. 마이어 소장은 “독일어를 유창하게 했는데도 치매를 앓으면 모국어만 기억하는 이주민이 많은 것이 계기가 됐다. 터키 러시아 폴란드 등 자국 언어로 이주민 치매 노인을 돌보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지난 15년간 치매를 전담해온 이곳 센터는 오는 7월 1일부터 기능이 확대·개편된다. 치매 환자는 물론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을 추가해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중심기구로 거듭난다.
독일 뒤셀도르프=이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