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미성년자를 무참히 성폭행한 뒤 흔적을 지웠으나, 승객과의 성추행 실랑이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범행이 탄로 난 택시 기사(국제신문 지난달 19일 자 8면 보도)가 구속기소됐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윤경원 부장검사)는 9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49) 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04년 B(당시 19세) 양의 집에 몰래 들어가 B 양을 성폭행하고, 3년 뒤에는 C(당시 15세) 양의 집에 침입해 성폭행한 혐의다. A 씨는 범행 이후 피해자들을 화장실로 끌고 가 몸속을 씻어내고, 신고하지 못하도록 협박했다. 당시 경찰은 B 양의 몸과 C 양의 속옷 등에서 A 씨의 DNA를 검출했으나 용의자 특정이 어려워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았고, A 씨는 2년 전 택시 기사로 취업했다. 10년 넘게 범죄를 숨겨온 A 씨는 지난 2월 만취한 여성 승객과 실랑이를 벌여 경찰서를 찾았다. 조사 과정에서 경찰은 A 씨가 사기 등 전과 27범인 데다,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점 등을 수상히 여겨 A 씨의 DNA를 채취했다. 감정 결과 A 씨 DNA가 미제사건 용의자의 것과 일치했다.

검찰은 ‘허벅지에 용 문신이 있었다’는 피해자 진술과 DNA 감정 결과 등으로 A 씨를 추궁해 자백을 받아냈다. 검찰 관계자는 “A 씨의 자백이 없었다면 피해자들이 법정에 나와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려야 했는데, 다행히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