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장 불법 채용’ 업무방해 혐의
- 핵심 간부 구속으로 수사 탄력

부산항운노조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노조 지도부 핵심 간부를 구속하면서 검찰의 칼끝이 비리의 ‘정점’인 노조위원장을 겨냥하고 있다. 조합원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간부 구속으로 검찰의 항운노조 비리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부산지법 류승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5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부산항운노조 조직조사부장 A 씨와 어류지부 지부장 B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7일 밝혔다. 두 사람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류 판사는 “도망하거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의 이번 항운노조 비리 수사가 시작된 이래 현직 지부장이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A 씨 등과 함께 검찰이 청구한 적기지부장 C 씨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류 판사는 “C 씨는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공범 구속으로 증거인멸 염려가 낮고, 조직조사부장 A 씨의 지시를 이행하는 수준의 범행 가담 정도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조합원을 북항에서 신항으로 전환배치하는 과정에서 외부인을 조합원인 것처럼 위장하는 이른바 ‘가공 조합원’을 취업하게 하는 등 채용 비리를 일삼은 혐의를 받는다. 일선 지부에서 전환배치 대상자를 추천하면 항운노조 집행부가 최종 대상자를 결정하고, 항만업체는 이들을 예외 없이 채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이와 같은 수법으로 조작된 가공 조합원은 검찰이 확인한 것만 150명에 이르고, 실제 채용된 이는 8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항은 북항보다 작업 환경이 좋고 임금도 더 많아 전환배치 순서를 기다리는 북항 소속 조합원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노조원의 전환배치 과정에서 노조 간부가 사실상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금품을 수수했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항운노조는 그동안 “노조가 (전환배치 대상자를) 추천할 수 있다는 거지, 반드시 노조원을 추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으나, A 씨 등이 구속되면서 즉각 법리 다툼 준비에 들어갔다. 한편 검찰은 지난 2일 김상식 부산항운노조 위원장 부인이 근무하는 보험대리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취업·승진 청탁의 대가로 부인을 통해 보험 가입 등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 가입 등에 대한 대가성이 확인될 경우 김 위원장의 검찰 소환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