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GO! 치매 보듬는 사회 <4> 일본 오무타시의 ‘커뮤니티 케어’

치매환자 실종신고 들어오면 온 마을이 20분 내 움직인다

  • 국제신문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19-04-03 19:39:56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안전한 사회시스템 구축

- 치매 코디네이터 제도 도입
- 환자 관리 전문인력 양성
- 시 지원팀·전문의 등 네트워크
- 집 가까운 곳서 다양한 서비스

# ‘치매 사회’ 체계적 교육

- 초·중학생 눈높이 맞춘 강좌
- 기억 잃어 집 못찾는 어르신
- 가족 인계 모의훈련도 실시
- 삶의 마지막까지 존엄 유지

‘치매에 걸려도 안심하고 외출하며, 살 수 있는 지역 만들기’. 일본 규슈의 소도시인 오무타(大牟田)시의 슬로건이다. 한때 탄광마을로 인구가 20만 명이 넘었던 이곳은 지난해 기준 11만5800명으로 크게 줄었다. 젊을 때 정착한 이들이 노인이 되면서 고령자는 4만1300명이나 된다. 고령화율이 35.7%로, 일본 내 인구 10만 명 이상의 도시 중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다. 2025년이면 고령화율이 4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치매 의심 어르신만 6000여 명이다.

이런 고민에 시는 정책 방향을 고령자, 특히 치매 환자에 맞췄다. 치매(일본 용어로 인지증)에 걸려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치매 맞춤 대책으로 사회 시스템을 정비한 것. 주민 만족도가 크게 늘었고, 240여 지자체가 ‘치매 정책 우수도시’로 오무타시를 방문해 배워갈 정도로 일본 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 치매 코디네이터 도입

   
일본 오무타시가 매년 9월 개최하는 ‘치매 모의훈련’ 모습. 치매 환자역을 맡은 어르신이 거리를 배회하자 어린이들이 집 주소와 연락처를 물어보고 있다. 오무타시 제공
오무타시의 치매 정책은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에 기반한다. 치매에 걸려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지에 격리시키지 않고, 정든 집과 지역에서 안심하고 계속 살면서 삶의 마지막까지 인간 존엄을 유지하면서 지낼 수 있도록 주민 모두가 치매 어르신을 돕는 마을 시스템 마련에 주력한 것이다.

우선 ‘치매 코디네이터’라는 제도를 2003년 일본 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의료나 돌봄시설 현장에서 치매 환자를 관리하는 전문 인력으로, 2년간의 치매 코디네이터 양성교육을 받으면 자격증을 얻는다. 지금까지 수료자만 136명. 현재 교육 중인 인력만도 21명이다. 이들은 건강상담부터 주거지원 등 치매 환자를 그들의 삶 속에서 관리하는, 그야말로 치매 특화 인력이다.

오무타시 지역치매지원팀은 이들 치매 코디네이터와 치매 관련 신경과 전문의, 6개 지역포괄지원센터(노인 의료부터 장기요양, 주거지원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기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지원팀은 치매 예방을 위해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하며, 오무타시 보건소 내 치매 코디네이터가 상주하는 ‘치매 뭐든지 상담실’을 운영해 환자나 가족의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치매 카페’를 운영해 어르신이 차를 마시고 수다도 떨면서 치매 관련 대처법을 익히게 하고, 치매 환자 가족 모임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오무타시에는 100명 이상을 수용하는 노인주간보호시설(데이케어센터)이 10곳, 치매 노인 주거지원시설인 그룹홈은 45곳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처럼 규모가 큰 요양시설은 더 확대하기 어려워 시내 25곳에 ‘소규모 다기능 노인요양 주택사업소’를 개설, 어르신이 내 집 가까운 곳에서 맞춤형 치매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기존 요양시설보다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인 20명 이내의 소규모 어르신 돌봄시설이다.

■ 비상연락체계 가동

오무타시는 무엇보다 ‘치매 교육’을 중요시한다. 시는 2004년부터 지역 내 초·중학교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치매를 올바로 이해하도록 하는 강좌를 열고 있다. 지난 15년간 8000명이 넘는 학생이 치매 이해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치매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없어야 ‘치매 사회’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오무타시는 매년 9월 ‘치매 환자 모의훈련’을 시행한다. 치매 환자 역할을 하는 어르신이 거리를 배회하면 시민은 말을 걸고, 가까운 경찰서나 관공서로 연락해 가족에게 인계하도록 하는 모의훈련이다. 기억을 잃고 집을 찾지 못하는 어르신을 보면 바로 경찰서로 모시고 가도록 치매 노인 대처법을 시민에게 교육하는 것이다. 매년 3000명 정도의 시민이 참가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오무타시 건강복지추진실 이케다 타케토시 실장은 “모르는 이와 말하는 것조차 힘든 세상에 말을 걸어본 사람만이 더 쉽게 남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이런 경험을 쌓아 위기상황에 대처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실제 상황에서는 시와 경찰서, 소방서, 교통기관, 학교 등이 연결된 ‘SOS 네트워크’가 이를 지원한다. 치매 노인 실종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서는 SOS 네트워크를 발동해 시와 소방서, 학교, 지역병원 등 각종 기관에 실종자 정보를 신고 20분 내 동시에 전달한다. 문자로 정보를 전달받은 시민이 실종자로 의심되는 노인을 발견하면 곧바로 신고하도록 하는 체계다. 실종에 대비해 SOS 네트워크에 사전 정보 등록을 한 치매 어르신만 300명에 이른다.

이케다 실장은 “과거에는 치매 환자의 인신을 묶어놓고 약을 먹여 조용히 시키는 방식으로 관리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최고의 노인요양 서비스는 치매 환자라도 인간 존엄을 인정받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이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가 함께 치매 어르신을 돌보고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개호보험(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 개념)이 시행된 2000년 오무타시 개호서비스사업자협의회를 출범, 치매 코디네이터, 치매 교육, SOS 네트워크 등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오무타=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히든 히어로 <4> 다시 찾은 곰내터널의 영웅들
  2. 2[세상읽기] 시민 불안케 하는 세력에 맞서자 /심성보
  3. 3[청년의 소리] 환절기 /이슬기
  4. 4오늘의 운세- 2020년 4월 8일(음 3월 16일)
  5. 5모퉁이극장, 중구 신창동 BNK아트시네마 새 둥지…‘영화 태동지’에 활기 기대
  6. 6“코로나 대처 한국 야구, 미국 스포츠에 교훈”
  7. 7[옴부즈맨 칼럼] 들숨과 날숨 /정익진
  8. 8[도청도설] 부산국제모터쇼
  9. 9“중소기업 제품 사시면 구매금 절반 포인트 적립” 소비자 반할 O2O 등장
  10. 10이태석신부참사랑실천사업회, 부산 서구 남부민2동 행정복지센터에 골목도시락 지원
  1. 1강경화, 영국 외교 장관과 통화...“직항편 유지 필요”
  2. 2‘코로나19’ 확진자 오산 미군기지서 추가…주한미군 20번째
  3. 3통합당, ‘세대비하’ 발언한 관악갑 후보 김대호 제명
  4. 4청와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여야와 논의”
  5. 5“최지은 의정활동 역량 의문” “김도읍 불출마 번복 명분없어”
  6. 6진보 측이든 보수 측이든 후보 단일화 땐 북강서을 승기 잡는다
  7. 7고용유지지원금 신청 벌써 4만 건…작년 전체의 26배
  8. 8울산중구 박성민 측 “허위사실 유포 혐의 2명 고발”
  9. 9미래통합당 '특정 세대 비하 발언' 김대호 후보 제명키로
  10. 10사천남해하동 여야 후보, 예산 두고 날 선 공방
  1. 1“중소기업 제품 사시면 구매금 절반 포인트 적립” 소비자 반할 O2O 등장
  2. 2한국해양대가 육성하는 스타트업 ‘킥더허들’ 2억 원 규모 투자유치
  3. 3파크랜드 매장에서 사입는 맞춤 정장
  4. 4금융·증시 동향
  5. 5해외여행객 줄고 반도체 수출 호조…코로나에도 2월 경상흑자 64억달러
  6. 6주가지수- 2020년 4월 7일
  7. 7국가부채 1750조 사상 최대…코로나 덮친 올해가 더 문제
  8. 8석유공사, 알뜰주유소 '외상거래 대금 상환' 기한 연장
  9. 9대한항공 전(全)직원 6개월간 휴업
  10. 10대한항공, 6개월간 직원 70% 휴업 실시
  1. 1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이틀째 50명 미만
  2. 2강남 최대 유흥업소서 확진자 발생…여종업원-손님 500명 있었다
  3. 3부산시 코로나19 확진자 2명 발생…모두 해외입국자
  4. 4부산 120번 확진자 동선 공개…터키에서 입국한 25세 남성
  5. 5부산서 해외입국자 시설 입소 거부 “격리 비용 없다”
  6. 6확진 4시간 뒤 숨진 환자 아내도 양성…의정부성모병원 관련 총 49명
  7. 7“자가격리자인데 외출했다” 당당히 털어놓은 부산 자가격리자
  8. 8‘건물에 낀 멧돼지를 제거하라’ 경찰·구청·소방 합동 작전
  9. 9경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2명…확진자 형제·진주 윙스타워 관련
  10. 10남구 HS학삼(주), (주)KB팜, 부산 남구에 코로나19 대응 방역물품 전달
  1. 1KBO "코로나19 안정되면 21일 연습경기 시작, 5월 초 개막"
  2. 2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9월말 개최 예정
  3. 3“코로나 대처 한국 야구, 미국 스포츠에 교훈”
  4. 4택배로 온 스키 우승컵
  5. 5개막 요원한 K리그 27R 유력…무관중 경기는 고려 안 해
  6. 6성장통 겪은 한동희 “거인 핫코너 올해는 내가 주인”
  7. 7부산 세계탁구선수권 9월 개최 가닥
  8. 8위기에 빛난 ‘닥터K’…스트레일리 4이닝 7K 호투
  9. 9롯데, 추재현 영입 “2년 후 내다본 트레이드”
  10. 10손흥민 6월엔 볼 수 있을까
히든 히어로
다시 찾은 곰내터널의 영웅들
코로나19 ‘뉴노멀’ 시대
일상적 ‘재난 복지’로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하프마라톤대회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